As the curtain comes down,
막이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나 전시횔 생각해요.
이제는
비가 내리거나,
막이 내리거나,
음악이 흐르거나,
눈물이 흐르거나 하면은
가끔씩은
서예 전시회가 생각날 것 같아요.
그만큼 임팩트가 셌으니까.
두고 두고 말입니다.
곱씹게 되거든요.
아, 그래서, 리마인드 웨딩도 생겨났겠구나.
대장정이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도서관 실내 소독으로 인해 전시회는 3일간 강제로 연장되는 행운도 누렸지만, 정해진 순리대로 시간이 되니 대단원의 막도 내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저 아쉽기만 하다. 영구 전시회는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욕심도 부려본다. 허나, 부질없는 짓이다. 백남준 아저씨가 부러운 이유를 알겠다.
걍 내 사무실이나 집무실에다 영구/ 영원/ 항구/ 항상 endless 서예 전시회를 열어야겠다.
마감이 없는 전시회! 관람객도 끊이지 않는 전시회!객석에서 찬탄이 솟구치는 전시회!
열혈 관람객 1명은 이미 확보된 상태이다.
전시회 개근은 염려 붙들어 매시라.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에 달려 있다.
막이 올려질 것이니 그 때는 오픈 런이다.
부탁한다.
당부한다.
간청한다.
[사진 1,2] 내 사무실 내(内)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박하지만 아담하게 마련된
VVIP 1인 전용 상설 영구 전시실 공간이다.
대여료 무료, 관람료 무료, 디카페인 커피 무한 제공(셀프 리필도 원하는대로 가능)
선착순 1인 경품 제공(세금은 별도 부과 예정)
Tip) 당첨을 노리는 자! 당근, 오픈 런을 해야만 할 것이니 신발 끈을 잔뜩 동여매시라. 넘어지면 병원비가 더 나온다. 팔 굽혀 펴기도 실시해서 갑바와 근육 펌핑도 미리 해 놓으시라. 다른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제끼려면, 두 손과 양 팔의 강한 힘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니까!
이렇게 구구절절한 부탁과 간청으로 온갖 읍소를 해보고, 갖은 아양을 떨어봐도 당당하게 배신 때릴 것을 나 100% 확신하지만서도, 그러니 이제 더 이상은 맘 주지 말고, 더는 실망하지 않도록 하자.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만, 나 자신 혼자서 만이라도 끝까지 롱런하게 될 터이니. 하하하! 큰 소리로 웃어본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했던가, '같이 가면 멀리 갈텐데'하는 아쉬움만 머리 위를 맴돈다. 그래도 안 올 거지. 에라이!
혹시 몰라 '경품에 눈 먼 자'가 스~윽 사무실 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올지. 걍 꿈만 꿔보는 거다. 네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전시실 영구 박제. 콜! 타임캡슐 인입 저장, 진공 포장 및 봉인 완료, 끝!
(도쿄 올림픽 양궁 '끝'의 사나이 오진혁 궁사 마지막 말)
교수님 등 대 여섯 분이 모여 각자 생각나는 대로 작품을 내리는 분업이 이루어지고, 나도 내 작품들을 조심스레 살며시 떼어내면서 동시에 벽면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 카드지까지 야무지게 떼어낸다. 마치 살점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아픔과 통증이 바닥에서부터 밀려온다.
그렇게 전시회는 무심하게 그리고, 주홍빛으로 저물어져 가기만 하고, 야속하게도 서둘러 그러나 조심스럽게 자취를 감추듯이 정리가 깔끔히 되어져 간다.
조금 많이 아쉽고, 더러는 상당히 쓸쓸하기까지 하다.
인생이 황혼에 이르게 되면, 이런 느낌이 들까나?온 몸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그 쓸쓸함을, 그때의 기분과 감정이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소환되고, 즉시 입도선매된다. 강제로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나 그대를 생각해요.'
'막이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나 그 때를 생각해요'
두고두고
곶감 빼먹듯이!
"우리가 여기에는 영구한 도성이 없으므로 장차 올 것을 찾나니"(히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