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Seoraksan Mt
3명이 의기투합으로 출발한 지 2시간 경과.
난생처음 새벽산행을 가고 있다. 새벽산행에 필수템인 헤드랜턴이 밴드에 부착이 안 되는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동료가 3일 전에 공룡등반 기념으로 새로 사 준 건데,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 하는 수 없이 배낭 벨트 체결부 사이에 끼우고, 거기로부터 가느다랗게 새어 나오는 연약한 불빛에 의지해 조금씩 나아간다.
어느새 동도 터버렸다. 등산이 터버린 건 아니겠지!
이젠 동도 텄으니 바로 아침산행이다. 비선대로 향해 겁 없이 전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엥, 여긴 공룡밖에 없는데, 쉬이 넘어갈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기 시작할 즈음, 금강문 근처를 지나고 있다. 하여간, 무언가를 넘고 또 넘어 앞으로 앞으로 마등령까지.
한참을 올라 마등령 도착. 이제는 잠시 후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새로운 버전의 E.T(잦은 오르락 내리락으로 인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의 몰골이 아닌 생명체를 가리킴)와 브랜뉴 자이언트 공룡(작가 입장에서는 처음 목도하게 되니)과의 꿈에 그리기만 했던 조우. 그리고, 연이어지는 언제 끝날지 장담도 못하고 누가 이길 지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절한 사투만이 눈앞에 떡 하니 장승처럼 버티고 있다! 둘은 만나자마자 불꽃을 튀기며, 누가 센지 힘겨루기와 기싸움이 진지하고 대단하다.
초입은 E.T의 승리로 굳혀져가고 있다. 가볍게 2개의 피크를 넘어주고, 사투 도중에 귀인 아닌 기인인 호주 변호사를 만나 이런저런 농반 진담반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일은 틀어지고 있었다. 그땐 미처 몰랐다. 늘어짐이 처짐으로 처짐이 낙오로 바톤을 넘겨 주며 사이좋게 이어질 줄은 말이다. 등반고수와 신입사원 모두 함께 같이 출발했으나,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이내 나 혼자 간다로 프로그램 제목이 뒤바꾸고 있는 걸 애석하게도 나만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3번째 피크 지점이다. 난 안간힘을 쓰며 오르고 있는데, '왜 내 눈앞에 나타나 왜 네가 자꾸 나타나 두 눈을 감고 누우면 왜 네 얼굴이 떠올라..."로 시작하는 감성적인 발라드인 시크릿 가든 OST가 백뮤직으로 흐르자, 난데없이 괴생명체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What a coincidence! 너무 놀라, 그만 모국어인 영어(?)가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네. 호주인과 대화하다 보니 생긴 웃픈 에피소드다. 용서해 주시라. 제2 모국어 한글을 제치고 영어를 나불거렸으니 놀람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괴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이 괴생명체는 아기공룡 둘리인가? 자이언트 공룡인가? 지금까지 이런 다이노서는 없었다는 류성룡 멘트가 허공을 가른다. 그럼 이제부터 공룡능선에서 만난 그것도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난 very very big big baby를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는 영광을 가져보기로 하겠습니다.
공룡능선에서 우연히 상봉한 공룡이 놀랍습니까 아님 귀엽습니까. 놀라셨다면 자이언트급 베이비이고, 귀여우셨다면 브랜뉴 다이노서 일 겁니다. 여러분의 시각에 따라 빅뉴스 특종이 될지 그냥 소소한 한담거리로 전락될지가 결정됩니다.
공룡에서 공룡을 만난 뜻 밖의 행운을 기념으로 투표해 주시죠! 여러분의 선택이 무얼까 궁금합니다. 댓글로 보여주세요. 꼭이요. 꼭꼭. 부탁합니데이!
난난생처음 새벽산행과 설악산 종주를 목표로 떠난 신행 아니죠 산행입니다. 어제 하산 후 바로 재깍 즉시 등반기를 올리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나이에서 오는 체력적인 문제와 공룡과의 혈투로 인한 급피곤으로 인해 늦어졌음을 구독자 여러분께서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어지는 '제3탄 이제 만나러 갑니다_ 공룡을 편'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기다리는 동안 광고 보시고 오겠습니다.
"하나님이 큰 물고기와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