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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럭키비키. 걍 해! 일체유심조!

Ready, set, go to the seoraksan Mt!

by w t skywalker

'25년 4월 30일 10월의 마지막 전날 소위 신새벽 4시 10분 전이다. 사위(신부 아니다)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내가 브런치에서 사위 이런 용어를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여간, 이 시간에 이렇게 움직이는 자들은 그 정체가 매우 수상쩍다. 남파 간첩, 새벽시장 상인들, 청소하는 환경미화 분들, 대리 기사 분들, 공항/항만 관계자 분들 내게 더 이상 기능을 초과할 전두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걸어온(가끔 뛰었겠지만) 삶이 매우 직선적이고도 단조로웠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 시간에 움직이는 분들을 이 정도로 밖에 뇌에서 끄집어낼 수가 없으니 도통 계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서 호각소리가 들린 것 마냥 사방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페로몬처럼 입에서 흰 연기를 지나온 곳곳에 흩뿌리고 내뿜으며, 제 형제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직장 동료들이다. 1~2분 앞뒤로 총 인원 6명이 증해진 장소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쭈구리, 제법인데. 다들 각오가 분기탱천 하고만. 이 정도라면 역발산기개세 정도의 항우는 저리 가라인데. 이미 설악산을 뚫고 지나가버리고도 남을 기세야. 좋았스! 가 보자고.

오늘 함 달려보는 거야. 아니 걸어보는 거야. 이것도 아닌데. 걍 올라가는 거야 꼭대기까지. 두 다리야 버텨만 주라. 알았지. 그동안 여기까지 노구를 이끌고 오느라 고생 많았는데, 한 번 더 부탁하자. 알았지! 오늘 저녁에 마사지는 못해줘도 핫 찜질은 꼭 해줄 터이니. 오케이? 호응이라도 하려는가? 근육들이 마구마구 꿈틀꿈틀 울끈불끈 환호성에 요동치기 시작한다. 거기 리듬에 맞춰 심장도 4/4박자로 윙크를 보낸다. 근육이 메트로놈인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깔아놓은 썰이 상당히 길어 분량 측면에서만 보면 나름 만족한다. 이제 곧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 주차장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을 것이다. 단풍철에 어울리지 않게 여기까지 달려오는 데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는다. 덕분에 신에 오르기는 최적이다.

그럼, 곧 산행이 시작되니 여기서 졸필을 접고자 한다. 설악 정상에서 기쁘게 만나기로 깨끼룰 걸고 다음을 기약해 본다. 화이팅. 아자아자!


드디어 소공원이다. 호각소리에 따라 주차하는 차들이 10대 이상이다. 좋아. 이 정도면 해볼 만 해.

현재시각 오전 5시. 굳. 베리 굳.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시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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