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나러 갑니다_encore!
드디어 본 무대는 마무리가 되었고, 관객과 사회자가 각본에 따라 철저히 손발을 맞추어 준비된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 시작된다. 사회자와 관객 사이에 암묵적인 신호가 모르스 부호처럼 오고 가자마자 과감하게 손목을 건 관객들의 집단 밑장 빼기가 보드게임의 블록 빼기처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응큼하게 시도된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출연진들은 그만 어안이 벙벙한 채로 마치 교수대와도 같은 고정 무대로 서로 간에 손마저 묶인 채로 항복한 듯 그저 소리에 이끌려 나온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객석 박수소리 입력)
(실시간 번역기 풀가동 중)
(번역 완료 후, 화면 온)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앵 콜
그랬다.
앵콜은 하모니로 모여 하나의 소리처럼 들리고, 지휘자는 앵콜 곡이 다 떨어졌다고 '전곡 다 다시 할까요?'라고 너스레를 떨자, 객석에서는 우레와도 같은 환호성이 연신 축포처럼 발사되고, 이에 질세라 출연진들은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일제히 정갈한 화음으로 대포에 얹어 쏜 것마냥 우렁차게 화답하기 시작한다.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바리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소절씩 사이좋게 이어간다. 맨 마지막으로 바톤을 넘겨받은 꾀꼬리 소프라노가 앵콜 곡의 클라이맥스를 동료 출연자에게 기꺼이 양보하려는 통에 꼬리를 놓쳐 그만 반 박자 늦게 들어가는(우리도 그런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인간적인 면모마저 보여주자, 관객들은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 포인트를 잽싸게 낚아채고선, 마치 선심 쓰듯 아량을 베푸는 듯이 '그럴 수 있어' 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바탕 웃음이 객석에 마구 쏟아진다. 프로에게서는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하게 지나치게 꽤나 많은 앵콜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분명하다. 그래도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보기에는 더 좋다. 이런 것이 생방의 묘미랄까?
감동적이면서 열광적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가곡처럼 10월의 마지막 전전전날에 막을 내리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가곡 참 좋다.
서정적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우리 가곡!
길고 길게 길이길이 보존합시다.
찢고, 뜯고, 맛보는 명태처럼 말입니다요.
여기서 가곡의 밤을 이만 마치려 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시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