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공룡 ridge in the Seoraksan Mt.
설악 공룡능선을 타는 동안 뜻하지 않게 참으로 다양한 기인들을 만났다. 어느 할아버지분은 팔순을 맞아 기념으로 마지막으로 공룡(그 공룡은 이미 최후를 맞이했으요)을 만나러 왔다고 하시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는가 하면, 호주의 크리미널 전문 개인 변호사는 2주 정도 할러데이를 맞아 서울에 와서 공룡이 있다는 소식에 반가운 발걸음으로 공룡을 찾아보겠단 심사로 왔다고 하고, 묘령의 아가씨는 용인에서 혼자서 당차게 (공룡을 사모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공룡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도 하며, 하산길에서는 독일의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설악산으로 왔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그 연유를 물어보니, 신부가 K-pop 과 K-food 를 좋아하는데, 특히 BTS(칭찬해)를 넘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며 흥분하자, 신랑은 차분하면서도 그저 묵묵히 아니 순순히 포로 된 심정으로다가 동감을 나타내는 나약하고 빈약하지만 진심이 담긴 용기를 살짝 내비친다. 초짜 신랑이 제법인데요. 반백년이 넘은 저보다도 처세가 능합니다. 그려!
김구 선생님의 한없이 끝없는 문화의 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건 사족인데요. 완전 절대 비밀입니다. 독일에까지 제 글이 널리 퍼져(희망 사항에 그치겠지만, 그럴 일은 절대 네버 끝끝내 없겠지만, 혹시 압니까? 세상 일이라는 것을) 당사자에게까지 알려지면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이를 어쩐답니까? 신랑이 신부보다 더 예뻐요.(저 이거 커밍 아웃 하는 거 아닙니다, 아니고요. 이건 완전 제 객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오로지 사실만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신부한테 얻어터질 일만 남았습니데이. 흑흑흑!
비선대로 내려오는 길에서는 참하고 음전한 중년의 여성 분이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 눈을 아니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하루 동안 이어지는 산행으로 눈마저 맛이 갔나요? 아닐 텐데요. 머리만 긁적긁적. 이 여성분 등산화도 아니고 운동화도 아니면서 삐쭉 구두도 아니고 맨몸도 아닌 진짜 생 총천연색 맨발로 비선대를 올라오고 있는 겁니다. 나 원 참! 이 추운 겨울 초입 엄동설한에 그저 넋 놓고 바라보게만 되니 리얼 황당무계합니다. 물론, 존경심은 생겼지요. Earthing(접지)이라고, 접지는 땅과 오롯이 발로만 만나는 행위로써, 몸속의 유해한 에너지를 배출하고, 동시에 면역과 활력을 되찾게 해 줘 인체 치유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동네 어귀의 황톳길에서 맨발로 황토를 밟는 행위는 익히 봐왔습니다만, 산에서는 또 난~난~난생처음입니다. 난생처음이 너무 자주 남발되어 죄송합니다만, 어쩔 수가 없네요. 표현(아니죠. 어휘가 제한된 미진함이라니)이란 게 워낙 제한적이라서요.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에 스친 두 분 중 한 분은 72 세 할아버지신데,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서도 산행에 나선 분이십니다. 과거 산악대장이었다고 동행하시는 분이 넌지시 귀띔을 해줍니다. 아이고 이를 어쩝니까? 좀 전에 그분 뒤를 따라 내려오다가 그분께서 천천히 내려가시는 바람에 제가 뒤를 바짝 따라 비선대로 내려가게(선녀가 여기서 올라간 비선대인데, 저는 내려가고만 있네요. 바보같이 숨겨놓은 선녀의 옷을 찾으러 가는가?) 되는 형국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분께서 먼저 내려가라고 자리를 비껴주었습니다. 그때는 감사하게 내려왔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얼굴이 빨개집니다. 그분께서 얼마나 인생의 무상함을 크게 느끼셨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젊었을 때는 산이란 산은 몽조리 누비고 호령하며 다니셨을 텐데 젊은 놈에게 자리를 비껴주는 일이라니요. 이게 웬 말입니까?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한 마음 가득 두 손에 담아 전해드립니다.
호쾌하고 진정 남아다운 동행 분에게서는 쑥인절미와 앙꼬빵 마지막으로 단팥빵까지 연달아 옴팡지게 얻어먹는 홍복을 누렸습니다. 설악산에서 뜻밖에 맛보게 되는 떡과 빵이라니, 임금께서 맛보던 산해진미와 진배없군요. 시장이 최고의 반찬입니다. 그려!
이 무슨 엄청난 행운이랍니까?
브랜뉴 공룡에(비디오로), 팔순 어르신에, 호주 변호사에, 묘령의 아가씨에, 독일 갓 탄생 신혼부부에, 왕년 산악대장에, 호남이자 쾌남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전한 맨발의 아베베까지. 김구 선생님마저(역사적 기인으로 잠깐 보조 출연), BTS 그룹도(회상 씬에서 일 순간 언급)
참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부제에 찰떡같이 입에 감기는 게 아주 잘도 어우러집니다. 게다가, 설악산 기인 한 명 추가요. 평소에는 10분도 걷지 않던 자가 14시간씩이나 걷기에 그것도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 겁도 없이 도전한 그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어느 이름없는 무명의 그 사무원 말입니다. ㅋㅋ.
귀한 분(걷는 Lee)의 댓글에 "광고 60초가 이리 기나요? 600분 잘못 계산 ^ ^. 즐거운 글입니다. 600분 뒤에 뵙지요"라고 감탄과 호응을 겸해서 표현해 주셔서 저도 답례로써 더 이상의 퇴고나 고민을 뒤로하고, 서둘러 속편을 내보내 드립니다.
화면 조정 시간도 필요한데, 일단 건너뛰어 보기로 하는 과감성을 드러내 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라는 확신을 등에 업고서.
걷는 Lee님 이젠 뛰시죠. 타인의 글에 카메오로 당당하게 출연까지 하셨으니(새 신을 신었으니)
뛰어보자 팔짝. 기쁘시겠습니다. 댓글 무쟈게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만나러 갑니다_설악산. 속속편이 계속됩니다. 광고가 길어져도 어쩔 수 없어요.
응원비가 형편없이 너무나 택도 없이 제 성에 차지 않아 부족한 경비 관계로다가 잉크값 먼저 벌어서 써야 하니까요. 이제 오로지 독자로서의 의무이자 책임인 기다림의 세계로 들어가셔서 단순히 기다리셔야만 하는 상황을 이해하시겠죠,
제 맘도 함께!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시 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