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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러 갑니다_인생길

Ascent & Descent(up & downhill)

by w t skywalker

소리 없이 묵묵히 그저 잠잠하고 평온한 상태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한,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이때부터가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낌새는 없다. 산을 오르느라 대화는 점점 적어지고, 너무나도 밋밋해 동료에게 뮤직을 부탁했다. 동료는 민폐라고 음악을 틀어주지 않는다. 간곡하고도 절실한 눈물겨운 외침에 겨우 틀어주는 곡은 나 원 참! 다들 아시겠죠. 낌새를 채시겠죠.


윤종신의 그 유명한 오르막길 곡 말입니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정말이네)

가파른 이 길을 좀 봐(와우)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 두자(그래야지)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아마도)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진짜?)

달콤한 사랑의 향기(음, 좋아. 땀 냄새인가?)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나도 그래)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하모요)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당근)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물론이죠)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I hope so)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소망이야)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같이 해줘)

굳이 고된 나(설악산)를 택한 그대여(후회하나?)

가끔 바람이 불 때만(셀지도 몰라)

저 먼 풍경을 바라봐(좋지)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힘들었어)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낙오되어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대피소가 있잖아요!) (게다가 우리에겐 산악구조대와 헬기도 있잖아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과연)

그곳은 넓지 않아서(헬기 포트)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그래야지)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really?)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자꾸 보게 돼)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부끄러워)

그러면 난 견디겠어(그러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고마해)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후회되는감?)

가끔 바람이 불 때만(비도 와)

저 먼 풍경을 바라봐(죽이지)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좋으네)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이혼은 아니지?)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꼭이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summit)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그러길 바라)

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메아리 되길)


윤종신이 직접 부르는 오르막길을 윤종신이 직접 쓴 가사로 들어보시죠. 나름 울림이 제법 오네요.


#윤종신 - 오르막길 - https://youtube.com/shorts/T7-lgq_e0u0?si=DmXPT35n_w7rEXjh



모처럼 신행길 도중 인생길에서 인생띵곡을 들으니 제 가슴이 뻥하고 뚫립니다.




동료가 등산길에 이 곡을 선곡한 미친 센스도 미치겠고요. 이 곡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틀어주고는 끝, 쫑을 내고야 마니 더더욱 미치겠더군요. 안 들었으면 안 들었지 한 번 듣고 나니 더 갈증이 심해지더군요. 마약도 한 번 맛보면, 끊기가 더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오르막길이란 곡을 처음이자 끝으로 음악감상이 종료되는 게 너무나도 억울하고, 동료의 무심함에 저의 상심도 하늘을 찌르고야 맙니다.

아~악! 이 적막한 등산길을 자연과 나만 홀로 이어가야 하다니요. 그저 괴로울 따름입니다.

올라갈 수는 있을까? 정상을 밟을 수는 있을까? 완등할 수는 있을까? 오등완은 가능할까? 하는 갖가지 의문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미물인 도롱뇽도 자기 꼬리는 물지 않고, 단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때에만 자기 꼬리를 순간적으로 자르고, 후다닥 도망가기에 바쁜데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등반과 인생길에 대한 깊고도 넓으며, 심지어는 담담하기까지 한 관조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_설악산. 속속속편에 이어집니다. 어그로가 상당히 심하네요. 양해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예상보다는 속히 돌아오겠으니.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시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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