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 '교육 미이수'를 통보한 이유

조직을 위해 나는 기꺼이 악역이 되었다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나의 첫 정규직 커리어는 '교육 관리자'였다. 지금처럼 본사에서 조직문화를 기획하기 전, 나는 지역 거점에서 영업과 교육을 담당할 신규 입사자들을 맞이하는 최전선에 있었다. 3개월 과정의 입문 교육이 매달 3~5일씩 숨 가쁘게 돌아갔다. 매달 새로운 기수의 사람들이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표정으로 교육장에 들어섰고, 나는 그들이 조직에 빠르게 안착하고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였다.


교육 진행과 더불어 회사 소개 40분, 급여 및 승진 체계 30분. 한 기수당 두 번의 필수 강의를 직접 진행했으니, 그곳에서 보낸 3년여의 시간 동안 줄잡아 100번 가까이 강단에 섰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그 시간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밑에서 끊임없이 발을 구르듯, 화려한 강의 뒤에는 치열한 '준비의 시간'이 존재했다. 입교자들의 명패를 하나하나 출력해 오리고, 책상 위엔 정갈하게 과정 정리지를 세팅하고, 회사의 환영 인사가 담긴 웰컴키트를 조립하는 일. 구성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 분위기를 환기할 조회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까지. 교육이 끝나면 다시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출결 데이터를 입력하며, 다음 기수에는 무엇을 보완할지 피드백을 수집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었다. 중견기업의 잘 갖춰진 시스템 덕분에 교육 운영 자체는 원활했지만, 운영자로서 내게는 타협하지 않는 하나의 철칙이 있었다. 바로 "규정은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교육생들에게 기꺼이 악역을 자처했다. 지각을 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더라도 결석이 발생하면, 가차 없이 입문교육 '미이수' 처리를 했다. 내가 담당하기 전에는 교육생의 사정을 봐주거나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관용'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믿었다. 성실히 참여해 배우려는 동료들의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우리 회사를 '만만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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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 "힘들게 뽑은 인원인데 회사 차원에서도 손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했다. 여기에는 심리학적 근거가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과 주드 밀스(Judson Mills)가 증명한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을 때, 그 결과물을 훨씬 더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쉽게 얻은 멤버십보다, 까다로운 가입 절차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동아리에 대한 애착이 더 큰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 교육생들의 직무는 채용 문턱이 아주 높지는 않았다. 자칫하면 입사 자체를 가볍게 여기거나, 회사를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입문교육이라는 과정을 일종의 '통과의례'로 만들었다. 이 과정을 무사히, 그리고 성실히 마친 사람만이 우리 조직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것이다.


엄격한 태도 교육과 더불어, 교육 콘텐츠 측면에서도 변화를 꾀했었다. 저명한 교수의 이론 강의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바로 '옆 동료의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두라(Bandura)의 사회적 학습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행동과 그 결과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는 역량강화 교육이나 입문 과정 중간중간에 핵심가치를 실현해 성과를 낸 동료들의 '우수 사례 발표' 시간을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하세요"라는 건조한 말보다, "내가 이렇게 실패했고, 결국 이렇게 극복해서 성공했어"라는 선배이자 동료의 생생한 스토리가 교육생들의 가슴에 더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무대가 바뀌었다. 지금 나는 또 다른 조직에서 입문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엔 접근 방식을 조금 달리해보려 한다. 과거의 내가 엄격한 규정 준수와 태도, 그리고 동료의 성공 사례를 통해 조직의 무게감을 심어주었다면, 이제는 '핵심가치의 내재화'에 더 깊은 방점을 찍으려 한다.


단순히 매달, 매 분기 신입사원을 모아놓고 천편일률적인 매뉴얼을 읊는 교육은 지양한다. 신규 입사자는 조직의 문화를 가장 선명하게 받아들이는 깨끗한 도화지와 같다. 이 골든 타임에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입력하느냐가 향후 그 직원의 몰입도와 생산성을 결정한다. 투자 시간 대비 효율(ROI)이 가장 높은 이 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레 업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바로 '채용 영역'이다. 대기업처럼 채용팀, 교육팀, 문화팀이 나뉘어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나는 채용부터 온보딩,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설계하고 싶다. 우리 회사의 컬처 핏에 맞는 사람을 선별하는 자소서 항목을 만들고, 면접관을 교육하고, 그렇게 뽑힌 인재가 입문교육을 통해 핵심가치를 체화하는 과정. 이 거대한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제너럴리스트,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HR의 모습이다.


물론, 지금 몸담은 곳은 작은 조직이라 전 직장처럼 풍부한 사내 강사 풀(pool)이나 우수 사례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산도 넉넉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올해 나의 목표는 작지만 단단한 학습회를 만들어 서로의 꿀팁과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사내 강사를 육성해 후학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부족한 인프라는 온라인 강의 지원과 외부 교육 제도로 메꾸되, 우리만의 색깔은 잃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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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외부 명사 특강을 기획했을 때의 일이다. 어렵게 적임자를 찾아 섭외에 성공했지만, 나는 단순히 강사를 '예약'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외부 강사는 우리 회사의 디테일을 모른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담당자의 몫이다.


나는 주말을 반납하고 그 강사가 진행하는 다른 특강을 직접 찾아가 청강했다. 강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끝나고 명함을 건네며 라포(Rapport)를 형성했다. 이후 구글밋(Google meet)을 통해 우리 회사의 상황, 진짜 필요한 메시지, 그리고 빼야 할 내용까지 꼼꼼하게 조율했다. 특강 당일에는 대표님과의 오찬 자리까지 마련해 비공식적인 멘토링 시간까지 확보했다. 결과는? 100%는 아니지만, 처음 특강한 것치곤 만족스러웠다.


"결국 교육은 메시지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명패를 자르고, 주말에 강사를 찾아가고, 신입사원의 근태를 챙기던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벽돌 한 장 한 장임을. 이번 글에서는 조직의 시작점인 온보딩과 역량 강화에 대해 다뤘다. 다음 글에서는 조직의 허리이자 엔진인 '리더십 교육'에서 얻은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풀어보려 한다. 오늘도 역시, 인사(HR)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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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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