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장을 위한 '판'을 까는 사람입니다.

월급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정의 욕구를 채우다.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지난 화에서 우리는 구성원을 서로 '연결'하는 판을 깔았던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그 연결된 관계 위에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풀어보려 한다.


조직문화 담당자라고 소개하면 종종 듣는 오해가 있다. "아, 그 사내 이벤트 기획 등의 업무를 하시나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행사나 이벤트가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내가 진짜 공을 들이는 영역은 따로 있다. 바로 구성원들이 회사의 핵심가치 안에서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러닝 컬쳐(Learning Culture)'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비록 이벤트처럼 당장 티가 나지 않더라도,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직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라고 믿는다.


오래전,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을 인터뷰해 시각 자료로 배포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텍스트와 사진이 전부였지만, 지금 복기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지금처럼 생성형 AI 기술이 발달한 시점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으로 만들거나, 사내에서 유행하는 밈(Meme)처럼 위트 있게 가공했다면 구성원들에게 더 직관적인 임팩트를 주지 않았을까?


사실 신입사원 때 면접을 위해 달달 외운 기억을 제외하면, 회사의 핵심가치를 가슴에 품고 사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아, 저렇게 일하는 것이 우리다운 성장이구나"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우수 사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동기부여를 위한 가장 확실한 문화적 '판'을 까는 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성장 사례 발표회'나 '지식 공유회' 같은 자리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혹자는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표자 입장에서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글로 정리하고 동료들 앞에서 회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성장의 모멘텀이 된다. 내가 해낸 일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한 뼘 더 자라난 자신을 마주하는 뿌듯함. 이 소중한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 또한 HR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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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점이 바로 '세레머니(Ceremony)'다. 나는 신년회나 송년회 때 진행하는 시상식을 단순한 행사가 아닌, 조직문화가 꽃피우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시상식의 규모나 디테일에 유독 욕심을 부리게 된다.


여기서 잠깐 경영학자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을 빌려오고 싶다. 그는 급여나 근무 환경 같은 '위생 요인'이 충족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을 더 열정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불만족을 제거할 뿐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움직이고 성장하게 만드는 건 성취감, 인정, 책임감 같은 '동기 요인'이 자극될 때다.


내가 시상식의 조명, 무대 연출, 흐르는 배경음악, 심지어 트로피의 묵직한 무게감까지 신경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묵직한 상패를 손에 쥐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 찰나의 순간, 구성원은 조직으로부터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강력한 자긍심을 느낀다. "내년에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 "더 노력하고 싶다" 는 마음은 화려한 무대 장치와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극대화된다. (물론, 연말 연시 시즌엔 상패 주문이 폭주해 품절 대란이 일어나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건 담당자의 숙명이지만 말이다.)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 나는 올해도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몰입해 일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인터넷 강의 및 사외 교육비 지원 등 성장을 위한 제도는 기본이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심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격려하고, 그 실패마저 자산으로 만드는 문화를 구축해야 구성원도 회사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걷는 길이 늘 꽃길은 아니다. 익명 설문조사 속 날 선 피드백에 마음이 베일 때도 있고, 노력한 만큼의 반응이 오지 않아 공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가끔 건네오는 "고생하셨어요", "이번 행사 정말 좋았어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한 직원이 업계 친구들에게 "우리 회사 조직문화 진짜 좋아"라고 자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말을 듣는데 묘한 울컥함이 올라왔다. 불평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회사를 사랑하는 '샤이(Shy) 팬'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믿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이 일이 나는 참 좋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성원의 자부심을 설계하는 전국의 모든 담당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오늘도 역시, 인사(HR)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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