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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prolog)

by thera 테라

지금 이 마음으로도 괜찮은 걸까요?


요즘 나는 자주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분명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자꾸 멀어지는 듯합니다.

따스한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된 차 한잔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넘기고 있지만

모든 것이 의미 없이 흘러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있습니다.

내가 그 시간 속에 있었는지,

그저 흘려 보내 버린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그런 나를 참 못마땅하게 여겼었지요.

게으르다고, 나약하다고, 의지가 없다고.

늘 괜찮은 척, 강한 척, 바쁜 척을 하며

나를 몰아붙였죠.

그것이 내가 어른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라 믿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그렇게 버티던 마음이 툭 하고 무너졌어요.

이유 없는 눈물을 훔치고,

그 눈물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지요.

‘이런 나도 괜찮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불안하고, 외롭고, 슬프고, 자책하는 마음들.

그 모든 감정들을 꺼내어 바라보는 연습,

그리고 아주 작은 용기를 꺼내 드는 순간들을 위해서요.


나는 완벽하지 않아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멈춰 섭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나를 다시 믿기로 했어요.

조금씩, 천천히, 나 답게.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지금 이 마음으로도 괜찮다는 걸,

조금은 믿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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