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첫째 딸이다.
어머니가 본인을 낳고서 조부모에게 '아들도 못 낳는 쓸데없는' 며느리 취급을 받는 온 것을 보면서 자라온 첫째 딸이다.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기대를 그녀에게 투영하였고
그로 인해 진학, 진로, 직업, 결혼 등 여러 차례 다투기를 여러 번.
어느 날, 별일 아닌 것으로 또 어머니와 다투다가 그녀는 숨이 막혔다.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떨어져 죽는다면,
그보다 통쾌한 복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것만이 지금 이 순간에서 나를 해방시켜 줄 단 한 가지 방법이다.
그때 띠링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문자가 왔다.
오늘 연습곡 마저 마치고 연주하는 거 촬영해요!
피아노 선생님의 문자.
두 달간 연습했던 곡.
이거는 마치면 좋겠네.
선생님이 연락도 주셨으니까.
널따랗게 퍼져있던 죽음, 분노, 화의 안개가 갑자기 블랙홀로 사라지는 양
순식간에 안개 걷힌 듯 사라지고
주섬주섬 옥상문을 열고 다시 내려와서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아노 연습을 하고
폰카메라로 연주 촬영을 하고
그리고 집에 와 누운 그녀는
그제야 전신의 피가 서늘히 식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그 문자가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