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탱했던 말

by 땐씽마인드

누군가에게 편안히 의존하고 의지하는 삶을 꿈꾸지만

의지할 줄도 의존할 줄도 모르는 인간은 참 너무 피곤하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몸이 안 좋은 어머니와 바쁜 아버지에 동생을 돌보느라

혼자 그럭저럭 얼렁뚱땅 잘 살아온 사람이다.

대략 잘 해내고는 있지만 가끔은 그도 좀 기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맘 편히 기댈 대상의 확보 또한 어려운 일...

지금은 거의 20년 차의 프로 직장인이지만

아마도 꽤 오래전 입사 4년 차 때, 꽤나 직장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하게 된다.

공황증상까지 생기던 무렵.


어느 연휴날이었던 것 같다

고향집 마루에 어머니와 누워 낮잠을 청하다가

문득 그냥 쥐어짜는 목소리로 그는 물어보았던 듯하다.

-... 저 그냥 집에 내려와도 괜찮아요? 다 그만두고..

...

안된다, 견뎌봐라 다 힘들게 산다, 네가 그만두면 우리는 어떻게 하니.

조금만 더 참아, 힘내라, 너는 늘 잘해왔잖니. 동생이 대학은 마쳐야지,

등등의 답이 오겠거니 했다.

그전에도 힘들다는 기색을 몇 번 비추었지만

이런 호통이나 응원, 책임을 가장한 부담을 받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늘 똑바로 잘해야 하는 해결사 역할의 첫째였기 때문에

한 번도 힘들다 도와달라 말해 본 적 없는 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왜인지 쥐어짜듯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뱉게 되었다.


-그래 온나. 와서 여기 살면 되지. 괜찮다, 내려온나.


뭔가 그의 낌새가 심상찮았을까.

어머니는 조용하고 덤덤하게 답 했고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이불을 덮어쓰고 끅끅 울었던 밤.


당연히 그는 다시 고향으로 가지 않았다.

그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곳에는

직장이 있는 것도 돈이 많아 평생 그를 먹여줄 수 있는 경제력이 없다.


그럼에도 그래 온나. 이 말 한마디가

여차하면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댈 언덕이었겠지. 그것이 이 팍팍한 도시 살이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이었겠지.


가끔 그는 그 밤을 떠올린다.


어머니는 그때 내 상태를 알고 그랬을까.

한 마디 읊조리듯 해줬던 그래, 내려온나. 한 문장이

십 년도 넘게 맘 한구석에 남아 다 망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에 휩싸일 때

어떤 호통이나 응원, 책임감보다

나를 지탱하고 잡아준다는 것을

어머니는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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