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이 갈빗대로 보이는 특별한 경험
안녕하세요. 초짜주부남입니다
알프스 근처에 살며 이따금 산을 보러 여행을 가면,
산 자락에 내려 앉은 눈이 마블링이 정말 잘 된 고기 이거나 고기 부위 중 하나인 갈빗대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구하고 싶은 부위가 너무 간절히 원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제 주부가 조금 된 걸까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 초짜 주부남 -
이곳 스위스에서는 국민마트가 크게 두 가지 있다. 그 외에 다른 종류의 마트까지 포함한다면 4개 정도?
그리고 이곳엔 우리나라와 같이 편의점 개념이 없다.
4종류는 아래와 같다
Migros = Coop > Denner > ALDI
Migros와 Coop은 이곳에서 마트 2황이다. 그중에서 어느 여행지를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Coop이고 Migros는 굵직 굵직하게 대형 쇼핑몰에 위치해 있고 때론 단독으로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Migros는 평소 만나기 어려우나 Coop은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같이 어느 곳을 여행가던지 만날 수 있다.
굳이 더 자세히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1) Migros = 롯데마트
: 대형 쇼핑몰에 잘 있고 간혹 뜬금없이 롯데마트가 크게 있음.
2) Coop = E마트 같은 느낌
: E마트는 큰 마트도 있고 어디에서든 편의점처럼 만날 수 있음.
3) Denner
: 예전의 홈플러스 느낌. 간혹 있고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최근 이슈로 어린시절 친근한 추억이 사라지는 느낌이라 맘이 아프다.)
4) ALDI
: 저가형 위주의 마트였으나 이제 좀 커진 마트.
마치 예전의 천 원 마트 느낌? 이젠 천 원 마트가 잘 없어졌지만 있더라도 2~3천 원 마트가 된.
난 ALDI는 잘 안 간다. 한번 저가형이라고 들으니 왠지 모르게 같은 가격과 유사한 퀄리티인데도 괜히 뭔가 안 좋게 느껴진다. 이래서 처음 이미지가 중요하다.
Denner의 경우에는 소규모 포장이 잘 되어있는 느낌이다. 내가 자주 사는 양파, 파, 마늘 같은 것들을 일주일 정도 단위로 먹을 수 있게 포장한 걸 판매한다.
그래서 난 이곳을 좋아한다만 슈퍼보스는 Coop을 선호한다. (역시 이왕이면 메인 주류를 선택하는 그녀.)
Migros와 Coop도 구분하여 판매하긴 한다. 그렇지만 비닐봉지에 얼마만큼의 양을 살지, 그리고 그 양에 따라서 가격표를 출력해서 붙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곳에 가면 스위스 고수 주부님들이 많음)
나 같은 초짜주부남은 이게 얼마나 필요한지, 이게 싼 지 안 싼 지, 그렇다고 고민된다고, 궁금하다고 쭈물럭 거리는 건 상도에 안 맞는다. 그리고 또 어글리 코리안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얼굴에 먹칠할 수 없다. 그렇게 난 널브러진 식재료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다.
Ref.
CHF 1 = 1,850 원 정도.
아래 언어는 독일어다. 동네 마트에서 사진 찍어놓은 것이 없어서 독일권 여행 시 찍었다.
가격과 내부 구조만 참고하시길.
사실 그냥 사면되는데 냉장고 재고관리를 위해서 구매량이 중요하다. 이곳 스위스에서는 빌트인 냉장고를 많이 쓰는데, 용량이 좀 작은 편이다. (약 250L)
스위스인들은 왜 이리 냉장고를 작은 걸 써? 라는 물음에 항간에 누구는 “내 냉장고는 Coop인데?”라고 한다.
퇴근길에 조금조금 장 보고 그날그날 요리를 하는 문화인가 보다.
아무튼 어느 하루는 슈퍼보스가 스쳐 지나가는 말로,
”갑자기 소갈비가 생각나네“ 라고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그래서 그 말을 새겨 담아 해당 메뉴를 깜짝 작전으로 대접하고자 Coop에서 소갈비용 고기를 눈을 씻고 찾아보는데 도저히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내가 간 Coop은 지하 1층이었다. 말이 안 통할 때나 불란서말로 적힌 설명글을 봐야 할 때엔 GPT형이나 구글번역기를 썼었다. 근데 이런, 인터넷이 안된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불란서말로 쓰여있는 고기 부위 설명글에 압도당했고, 소갈비는 외국 사람에게 영어로 표현하려면 표현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마성의 음식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바디랭귀지로 소갈비 부위를 표현하는 것이다. 스위스 정육점 아저씨는 등치도 산만하고 칼도 무식하리만큼 큰 빅토리녹스 칼을 쓰는 듯하다. 그 모습에 먼저 압도당하고 정중하게 설명드렸으나 영어 잘 못하시는지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별수 없다.
“카우, 비프! 비프!” 하고 내 갈비를 기타 치듯 튕겼다.
그러니까 오 알아듣는 눈치다. 근데 그건 없단다. 여러 Coop을 가서 내 갈비를 신나게 연주했으나 소갈비 부위는 없었다.
그렇게 낙담을 하고 소갈비가 없다면 돼지갈비로 가야할까? 라고 나만의 노선 변경을 한 후 한참을 돼지고기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할 때쯤 몇 바퀴를 돌았는데도 정육칸에 말뚝 박고 온갖 고뇌로 홀로 수양 중인 동양인 초짜주부남이 눈에 밟히신 스위스 할머님이 불란서 말로 말을 걸었다.
대충 느낌이
어이구 초짜 중생이여 뭐 필요해? 뭐 할 건데?
마치 자연의 고수가 도와줄게 같은 느낌이었다.
할머님께,
“저는 지금 돼지갈비를 하고 싶은데 돼지갈비 부위가 없어요.” 하고 또 내 갈비를 튕겼다.
그런데 그 할머님께서 돼지갈비 요리를 아실리가.. 아마 인터넷이 돼서 보여드린다고 해도 모르실 수밖에 없다.
그렇게 호의를 베풀어주신 할머님과 통하지 못하는 비언어적 텔레파시를 하다 할머님이 점점 당이 딸려 보이셨다.
황급히 메씨보꾸, 본쥬흐네, 오브아(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녕히계세요.) 를 전했다.
그 후 인간과 외계인과 설령 만난다 한들, 언어가 안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홀로 엄청난 고민 끝에 난 한 부위를 선택했다.
뼈가 있어 보이게 존재하고 있었고, 살이 뭉텅하니 잘 익히면 포시럽게 식감이 날 것 같이 보였으며 설령 양념이 과하더라도 저 뚱땡이 같은 살이 그 양념을 커버해 줄 것과 같이 보였다.
돼지고기를 삼겹살이나 목살이나 많이 사봤지 부위별 요리방법이 다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것도 모르고 “난 오늘 성공했다” 라고 자신 있게 집에 와서 유튜브 형님들의 돼지갈비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고기형상이 좀 다르게 생겼었다.
왜 내껀 고기가 좀 무식하게 생겼지?
저 형들껀 좀 얄쌍하니 샤프하고 날렵해 보이는데..
남에 떡이 커 보이겠지 뭐. 요리는 손맛이다.
라고 고기부터 익히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다.
다 하고 맛을 봤다. 와 무슨 고기가 밧줄보다 질기다.
옛날 예능을 보면 밧줄로 트럭을 묶어놓고 이빨로 끄는 바로 그 예능에서의 그 밧줄보다 질긴 느낌이다.
그제야 구글번역기를 통해 내가 산 뭉탱이고기의 정식 명칭을 알았다.
GPT형에게 돼지고기 사태를 검색하니 4시간은 고아야 부드럽다나? 네가 한국음식에 대해 뭘 알아? 라고 부정했다.
유튜브형을 믿어보자. 그 형들 역시 사태는 이 용도가 아니었다.
이미 한 솥을 끓여버린 나의 돼지사태
이 글을 쓰면서도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돼지갈비를 갈망하는 돼지사태볶음...? 간장돼지사태찌개..?
망했다.
슈퍼보스가 집에 오기 30분 전.
이걸 메인 요리로 내놨다간 나의 요리의 신뢰가 모래성처럼 부서질 것이 분명하다.
어쩔 수 없다.
계란국과 베이컨 볶음밥으로 당장 메뉴를 변경했다.
그렇게 빠르게 준비가 가능할지 몰랐으나 역시 위기가 사람을 만드는 법. 슈퍼보스가 도착하기 전 요리를 다행히 완성했다.
그리곤 온 집안에 간장돼지사태찌개 냄새가 안개와 같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을 때, 슈퍼보스는 퇴근 후 향긋한 향에 주방으로 직행하며
“오 뭐야 뭐야 설마 소갈비???!!! 미쳤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어??!? 향 미쳤다 맛있겠다!!!” 하고 나의 무방비 상태에서 그 비밀의 상자를 열였다.
이병헌의 “으헉 아 안돼....!!!” 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그곳에 그녀에 손이 닿았고 악마의 간장스프가 마주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문이 막힌다 랄까?
잠시 동안의 정적.
이실직고했다.
아냐 이건 실패작이야 망작이야.
내 실패는 내가 처리할게.
계란국과 베이컨볶음밥으로 가자.
그렇게 그날 조용하게 간장돼지사태찌개 소동이 지나갔다. 그 악마의 스프는 나의 실패를 복기하며 3차례 걸쳐 혼자 해치웠다.
며칠이 지난 후 슈퍼보스 왈.
와 진짜 그때 그건 진짜 아니었어.
소갈비가 아닌데 왜 저걸 했어?
내가 소갈비를 먹고 싶다 했지 돼지갈비를 말했어?
아니 그리고 그건 심지어 돼지갈비도 아니야.
재료가 없으면 하지 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초짜 주부남 대변 :
나는 몇 안되게 먹고 싶은 걸 말했을 때 그걸 정말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 그래서 소갈비 부위가 없으면 돼지갈비라도.. 만약 돼지갈비가 아니라면 그와 비슷한 느낌이라도 해서 꼭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그랬어.. 다음엔 잘해볼게.
난 내 앞치마를 사수하기 위해 석사논문 디펜스하듯 부족한 이론으로 내 간장돼지사태찌개를 감정을 호소하며 방어했다.
박사인 슈퍼보스는 나의 간절함을 본 교수님처럼
“그래 이번 부족한 연구에 대해서는 다음 실험에서 결과를 보자구.” 넘어가셨다.
그렇게 나는 Coop을 가면 사태를 볼 때마다 거침없이 하이킥 카리스마 민호의 눈빛으로 째려본다.
돼지갈비와 소갈비를 구하지 못할 때,
그 요리를 꼭 구현해야만 할 때엔 도대체 무슨 부위를 써야 할까?
시간이 좀 지났다.
실험의 결과를 이제 보여줘야 할 때다.
큰일이다.
나만의 요리왕 비룡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혜안이 필요하다. 안 되겠다.
슈퍼보스의 보스인 대왕슈퍼보스에게 전화해야겠다.
그 일 이후 스위스 뮈렌 지역 여행 중 마주한 한 산자락.
저 산세가 마치 소갈빗대 같이 느껴져서 놀랐다.
뭐 눈엔 뭐 밖에 안 보인다고, 너무 간절히 원했던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어느덧 주부가 되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