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내는 먹구름.
안녕하세요 초짜 주부남입니다
해가 바뀐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1월 중순이네요
시간만큼 야속한 녀석이 있을까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 초짜 주부남 -
스위스 한 곳에서 지내는 나는 거의 대부분은 구름에 갇혀있다.
한 간에 누구는 그렇게 좋은 곳에 있으면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계속 있다 보면 이 순간이 당연하게 생각되어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이따금 있다.
“여기는 참 좋은데 이 날씨가 참.. 하 나참. 아쉽네“ 배부른 소리다.
이런 작은 모종의 스트레스가 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어디든 가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여행지를 찾는 순서는 아래와 같았다
유튜브 검색 - 네이버 블로그 후기 or 인스타 검색 - 구글 지도 사진 - 거리 및 소요 시간 확인.
이젠 순서가 간소해졌다.
거리 및 소요 시간 확인 - 구글 지도 사진(아주 조금).
끝.
이젠 앞선 세 가지 방법은 나의 여행지 찾기에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첫째]
유튜브로는 뭐 만하면 인생 여행지, 인생 맛집 등등
요즘 유튜브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그렇게 자극적인 멘트를 하지 않으면 썸네일을 만들기 어렵고 그 자극을 이끌어내어서 상품성 있게 만들어야만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만, 이제 인생 뭐 시기는 질렸다랄까? 보기가 싫어졌다. 그리고 막상 가보면 그들의 인생과 내 인생은 역시나 다름을 확실하게 느낀다.
[둘째]
네이버 블로그는 때론 현지 거주한 사람들이 포스팅해놓은 사진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분들은 마치 1세대 이민 오신 분 같이 짧게는 10년, 많게는 15년 전의 이야기를 적어놓으셨고 그 뒤로는 포스팅을 멈추셨다. 지금과 비교해서 때가 덜 뭍은 그 풍경을 참고하기에 너무나 좋으나 너무 오래된 정보가 때론 날 착각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인스타 사진의 경우 이제는 최신 게시물이 아니라 인기 게시물이 검색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지의 대해 현장감이 확실히 떨어졌다. 온통 광고 무더기에 허리를 부러질 것 같이 과하게 꺾은 체 억텐 E형 유럽 형님&누님들이 실제로 눈앞에 있다면 I형인 나는 분명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그래서 이젠 구글 지도에서 주변 근방에 편도 2시간 내 기준으로 이곳저곳을 무작위로 눌러본다.
아시다시피 바다에 닿지 않아 있는 스위스는 국토의 70%가 산맥이고 또 인근의 프랑스 또한 산이 전부다.
나는 애초에 산쟁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욱더 이 산이 저 산 같고, 저 산이 이 산 같다고 느꼈다.
단지 산은 바라보는 것이고 막걸리를 먹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때론 자연산 케이터링을 즐기러..?
구름에 막혀 햇빛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이 있을 때,
슈퍼보스(아내)가 우리 발로 저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곳이 있다는 귀한 정보를 얻었다.
집에서 편도 2시간 이내. 이 호수 구름에 갇혀버린 날 꺼내 줄 그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 주에 꼭 가자.
그곳은 비포장도로 돌 뿌리가 무척 대단했는데 조금 과장을 더한다면 정강이까지 오는 정도의 높이였다. 그 험지를 뚫고 산길 30분을 10km/h로 기어갔다.
어느 지점에 도달해서 차를 주차하고 1.5시간 정도를 산행하자 내 눈앞에는 구름을 뚫고 쏘아 올린 로켓의 시점과 같이 나는 구름 위에 1자로 서 있을 수 있었다.
구름의 윗편을 바라보며, 저 구름을 비행기로만 뚫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현대 기술의 힘을 조금 빌린다면 내 발걸음으로도 뚫어낼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있는 이 상태를 즐기기에도 부족한 이 상황에 고마운 줄 모르고 날씨 타령이나 하고 있고 구름 천장을 기필코 뚫고 올라오겠다는 이 욕심.
그 욕심을 가방에 가득 싸고 올라와서 바라본 구름 위의 이 천장은 너무나 경의로웠으나 한편으론 이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디에서 바라보던 상관없이 구름을 천장이 아니라 얇은 민홍지로 생각하면 되었을 것을.
쉽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넘기고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나를 오히려 가볍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불어오는 바람은 맞고, 추우면 추운 데로, 눈은 뜨고 싶은 만큼만 뜨고, 그대로 있어보자.
구름은 천장이 아니다.
구름은 구름일 뿐이다.
사실. 시험 자체의 두려움이 이 글의 핵심이다.
눈에는 보이는데 나는 못할 것 같은 생각.
저 구름이 내 머리 위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압박감.
저 별것 아닌 구름이 나를 숨 막히게 하면서, 꼭 해야 함을 알면서도 내가 뚫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이 한심한 마음가짐.
본질적으로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되면 어떡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크다.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거나, 준비하는 중이거나, 시험에 바로 마주한 사람마음은 표현방법이 다를 뿐 본질은 비슷할 것이다.
안 될 것을 생각할게 아니라 될 것이라 생각해야 안 될 것도 되는데, 왜 시험에 대해서만 안 될 것만 생각이 드는지 정말 의문이다.
그런데 이 꽉 막힌 구름을 뚫고 올라가니 더 높은 곳에서 아래에서 보이지 않았던 다른 산맥, 상쾌한 공기, 자유로운 햇빛, 다른 산맥을 가볼까?라는 생각 등 온갖 현실에 투영할 수 있는 것들이 내 마음에 불어왔다.
마치
다른 산맥 = 새로운 분야.
상쾌한 공기 =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
따스한 햇빛 = 사회적 대우.
등등
그러면서 여전히 안되면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나 자신에게 냉소적인 평가.
주변의 시선과 평가는 또 어떠랴.
되면 "오 대단한데?" 안되면 "그래 그걸 아무나 하겠니? 쉽지 않지 어렵지 어렵지"
이런 것들을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의 불신은 여전히 있다.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해보려 한다.
'될 거야'라는 생각을 내 지금 생각에서 1%만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
나의 천장과 같은 구름을 한 번에 뚫을 로켓의 설계도(시험 계획)는 아직도 못 만들었다.
대신 작디작은 꼬마 로켓 키트(시험)를 쏘아보려 한다.
아마 이 꼬마 로켓이 한 번에 내 목표치에 도달하진 못하겠지만 나의 현재 수준을 수치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이보다 얼마큼 개선할지의 대한 정량적 평가의 기준을 만들기 위함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먹구름색의 갱지 시험지를 마주한 게 근 10년 정도가 되었다.
내 글자, 내 힘으로,
이 먹구름과 같은 갱지 시험지를 조금씩 걷어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