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컬처의 위대함 : 콘텐츠는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초짜 주부남입니다
이곳 스위스에 한국에서 온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면서 알게 된 콘텐츠맨의 정체.
역시 알다가도 모르는 게 세상 일인가 봅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 초짜 주부남-
나에게는 고등학교 친구들 무리 11명이 있다. 그 외에 가까운 친구들도 있지만 2학년때부터 가깝게 친했던 11명의 녀석들. 그 녀석들과 지금 연차로 보면 거의 20년 동안 지내면서 탈도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끈끈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11명이니 만큼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 어떤 이는 전기 관련 기술자, 어떤 이는 소방 관련 공공기관, 어떤 이는 프로그래머 등등. 그중에 가장 특별한 직업군의 한 녀석은 아이돌로 데뷔한 가수다.(이하 싱어맨)
20살 초반,
다들 각자의 대학 입학 후 신입생 시절을 보낼 때 그 시절 싱어맨은 데뷔를 했다.
고등학교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싱어맨의 집에서 '닥터후' 드라마를 보며 낄낄거리고 놀았고 축구를 어쩜 그리 못하는지 자기 눈앞에 있는 공에 발도 못 대는 녀석이 그 시절 뮤직뱅크에서 치명적인 표정을 지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축구는 분명 못 봐줄 정도로 못했는데 춤은 좀 췄다. 이게 좀 의문이다.)
20대 중반,
고딩 녀석들은 하나 둘 군대를 제대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바빠질 무렵, 싱어맨은 초반 데뷔빨을 잘 못 받았던 걸까.. 양산형 아이돌의 한계였던 걸까.. 한국에서 성공적인 가수는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싱어맨은 포기하지 않고 그의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해외에서 꽤나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
내가 스위스에 오고 나서 싱어맨은 나에게 1월에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이곳에 온다고 했다. 기대가 됐다. 자주 못 만나기도 했지만 코 흘리게 시절부터 거친 연예계 직군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은 싱어맨이 자랑스러웠다랄까? 그래서 "그때 보자 초짜주부남!!!" 그의 목소리에도 설렘이 느껴졌다.
그를 위해 끝내주는 요리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메뉴로는 3가지.
(아쉽게 사진은 못찍었다. 대신 다른날 찍은것으로 대체하오니 참고)
첫 번째. 스위스에서 홈파티의 근본인 라끌레.(상기 사진)
두 번째. 치즈에 지친 그에게 한식을 주고 싶었고 그리고 그와 함께 온다는 스위스에서 k-컬처에 아주 흠뻑 빠져있는 한 단체의 대표님에게 선사하는 제육볶음.
세 번째. 해물밥, 근데 포르투갈 느낌을 좀 넣은. (이건 아내가 했다.)
그 대표님은 프랑스인의 40대 후반 여성분(이하 k-문화여왕)이신데 우리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이곳에서 한국 대학교와의 교환학생을 추진하고 한국 투어 프로그램, k-문화축제, k-언어스쿨 등 다양한 포로그램을 구상하신다 했다. 처음에 사기꾼인가? 하고 경계했지만 다수의 공식적인 행사를 추진한 것으로 보아 다행히도 사기꾼은 아니였다. 그때 경계심을 풀었다.
아무튼 그 k-문화여왕이 싱어맨의 뮤직비디오 촬영과 장소 섭외, 무료 숙소 제공 (집이 워낙 넓어서 방을 공짜로 내어줌.) 등등 싱어맨에게 큰 도움을 주셨다고 해서 나 또한 감사한 마음에 준비를 했다.
추가하자면 그 뮤직비디오에 k-문화여왕의 딸이 출연했다. 첫 데뷔작이라고 했고 서로 상부상조한듯하다.
도착 30분 전,
싱어맨 왈.
: 초짜주부남, 너 영어 좀 쳐? k-문화여왕 한국어 아예 못해. 그리고 제수씨는 영어 좀 하셔?
초짜 주부남 왈.
: 와이프는 여기서 일을 하는데 일하는 사람한테 영어를 하냐니ㅋㅋㅋㅋㅋ, 음 아마 내가 제일 못할걸? 나 그래도 의사소통은 해. 아 그리고 와이프는 프랑스어도 좀 쳐.
그렇게 싱어맨과 k-문화여왕이 집에 왔다.
슈퍼보스(아내)는 k-문화여왕에게 불란서말로 인사를 건넸고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k-문화여왕은 아주 눈이 커다랗게 커지더니 어떻게 그렇게 불란서말을 잘하냐며 아주 큰 리액션으로 집안 입구를 채웠다.
마치 외국인이 "처 한쿡말 조그무 할출 알라효" 라고 할 줄알았는데 "저 한국말 조금 할 줄 알아요~. 오실 때 길은 안 막혔어요~? 와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아주 한국인 발음으로 말했다고 생각하면 k-문화여왕이 놀랄 만도 하다.
그렇게 슈퍼보스는 현란한 불란서말과 능통한 영어로 k-문화여왕에게 나와 이 싱어맨의 관계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주면서 싱어맨과 내가 중간중간 영어가 막힐 때 통역도 해주고 MC 역할을 해주었다. 아주 고마웠다.
아무튼.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k-문화여왕과 싱어맨이 너 자체가 콘텐츠인데 진지하게 시작해 보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무슨 콘텐츠야 에이 아니다. 하면서 거절했지만 너 자체가 충분히 콘텐츠라며 스위스에서 사는 k - house husband 이건 진짜 완벽한 콘텐츠다.
스위스 사람들은 k문화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한국인이 사는 것 자체가 이 한국인은 여기서 뭘 하고 사나 궁금해할 거다. 진심이다. 했다.
그 응원에 힘입어 부끄럽지만 그간 내가 슈퍼보스에게 대접하는 요리를 찍어놓은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니 이번엔 싱어맨과 k-문화여왕의 리액션으로 집안을 가득 메웠다.
k-문화여왕이 갑자기 풀악셀을 밟았다. 내 포트폴리오가 맘에 들었던 것일까?
"이건 분명 완벽한 콘텐츠다. 혹시 초짜 주부남 요리 가르쳐본 적 있어? 이번에 행사를 하는데 k-요리사가 필요하거든. 너 해볼래?" 했다. 근데 그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중에 고려해 보자 했다.
그리고 SNS에 Vlog 형식으로 시작하고 스위스 재료들로 아내를 위한 k요리 콘텐츠를 올리면 이거 분명히 성공한다. 같이 시작하자 했다.
그 바람에 나도 신이 나서 몇 가지 물어봤다.
1) 나 사실 이발도 조금 할 줄 알아서 지금 여기서 와이프 머리도 짤라주는데 혹시 이게 콘텐츠야..?
예야 유아 콘텐츠!
2) 나 평생교육원 같은 곳에서 영어 배우는데.. 그럼 혹시 이것도..?!
3) 주말에 스키 타러 가고 날 좋을 때에는 테니스 치러 가는데 이게 콘텐츠라고!?!
이런 종류의 대화를 하다 보니 나에게 한국어 과외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연결해 줄 테니 그것도 하고 SNS도 시작하자고 한다. (실제로 과외를 원하는 사람과 연결을 해주어서 3월 정도에 시작할 수도 있다)
긴가 민가 했지만 어쩌면 진짜 내가 콘텐츠일 수도 있겠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카톡 프로필에도 내 셀카를 올려본 적이 손에 꼽는 내가 SNS에 얼굴을 올리고 목소리가 나온다..? 음 사실 아직 모르겠다. 혹시 시작한다면 아마 손이나 요리 장면 정도만 노출할까? 하는 생각 중이다. 그리고 만약 한다면 적어도 10개는 올린 다음에 k-문화여왕에게 연락해 봐야겠다.
뭐야.. 나.. 진짜 콘텐츠 맨인가..?
싱어맨과 배웅하며 대화했다.
초짜 주부남 왈
: 진짜 우리가 여기서 만날 줄 상상이나 했어? 닥터후나 보면서 빤스바람에 종아리 긁고 있었는데 말이야. 나야 뭐 와이프 덕분에 운이 좋아서 여기 왔지만 난 네가 너 힘으로 잘 된 게 너무 좋고 여기서 만나는게 신기하다 대단해
싱어맨 왈
: 그러니까. 신기하다 진짜 사람 일 모른다. 나봐 영어 6점맨이 영어로 팬미팅을 한다니까?
진짜 진지하게, 콘텐츠맨 너 진짜 시작해. 무조건 된다. 내가 너 시작하면 인스타에 홍보할게.
와 그리고 제수씨 진짜 대박이다 멋있다. 불란서말이랑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셔?
성격도 좋아 보이시고 너 진짜 복 받았다. 하 나는 근데 언제 결혼하냐 (+비속어)
사실 싱어맨은 고등학교 때 영어 시험을 보면 6점일 때도 있었다. 그 점수를 보며 "야 찍어도 그것보단 많이 맞겠다" 하고 놀렸는데, 그런 그가 영어로 팬미팅을 하고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팔로워가 20만이 넘는다. 그 팔로워 도움을 받으면 진짜 콘텐츠 맨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 진짜 콘텐츠맨.. 시작해 볼까?
해보고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스위스 추억 저장용이지 뭐~
아 진짜 해봐?
ps.
영어학원에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20대 조쉬엘(여)과 주말에 뭐했는지의 대해 대화하는 수업이 있었다.
난."나 고등학교 친구 중에 가수 있는데 집에 놀러왔어. 혹시 얘 알아?" 라고 SNS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그 조쉬엘은 "진짜라고?? 내가 최애하는 가수인데?? 오마이갓!! 니가?? 니가 얘 친구라고? 말도 안돼 증명해봐" 이러길래 주말에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바꼈다.
그리곤 아주 촉촉한 눈빛으로 혹시 아직 여기 있어? 나 좀 만나게해줄 수 있어? 안되면 싸인이라도 진짜 제발. 플리즈
(나 군대 입대할때 싱어맨이 같이 왔었는데 만약 그 사진을 보여줬다면 그녀는 나와 싱어맨을 못 알아 봤을 수도 있긴 하겠다. 싱어맨의 스타성을 유지해주고자 보여주지 않았다.)
난 "싱어맨은 올해 8월에 행사 때문에 다시 올거야 그때 만약에 되면 같이 만나게 해줄게.(찡긋) " 했다.
싱어맨이 실제로 해외에서 인기가 있었다. 신기하면서 싱어맨 좀 치네? 했다.
녀석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괜히 내가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더 잘되라. 싱어맨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