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백수생활

엄마의 마지막 휴가

by 도씨

어느 날 갑자기 엄마 몸에 붙어 자란 암의 이름은 췌장암이었다. 암성 통증이 암 중에 가장 세고 생존율도 아주 낮다고 소문난 지독한 녀석이었다. 드라마에서나 설정으로 보던,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췌장암의 주인공이 우리 엄마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계속 소화가 안 되고 등 쪽이 결리고 아프다고 하였다. 지독한 소화불량 때문에 계속 명치께나 가슴팍을 주먹으로 콩콩 치면서 그 갑갑하고 막힌 느낌을 내려 보내려고 했다. 동네 내과를 여러 번 찾고, 마지막에는 명의라는 한의원에 가 내 카드 할부로 딱 100만원을 긁어 한약을 지어 먹었다.


돌아보면 그게 그나마 마지막으로 내가 엄마에게 돈으로 한 가장 큰 효도였다.

짜다 짜.. 더 열심히 벌어 엄마한테 돈 좀 쓸 껄.


그런데도 좀처럼 소화는 잘 되지 않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건강검진을 정밀하게 했으면 엄마가 몇 달이라도 조금 더 살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 지금에 와서 하는 후회다.

다니던 동네 내과에서는 결국 이 정도 약을 먹었으면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복부초음파를 보게 되었고, 췌장의 혹이 있는 것 같다는 진단으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 후의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플 것이고 대부분 죽는다는 췌장암.

그땐 의사가 정확히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3기나 4기였을 것이다.

엄마의 머리카락을 죄다 가져가고 쇠약 해지는게 눈에 띄던 지독한 항암에도, 고작 1년 반만 삶을 연장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절대로 끝나지 않는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엄마의 뱃속에 생겨 난 암은 엄마의 모든 걸 집어삼키기 시작했으나, 아이러니 한 것은 보험 진단금이 나와 엄마 인생에 처음으로 긴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단 것이다.


환갑이 될 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이 쉬지 못한 엄마는, 암에 걸려서야 보험 진단금 고작 3천으로 놀고 먹으며 아픈 백수가 된 것이다.

keyword
이전 07화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