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 나

사람,사랑

by 도씨


나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대체로 많이 불행한 삶을 살았고 살고있다.

고 생각한다.

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잘 모르겠다.


아주 최근부터 그 아픔과 슬픔과 병도 결국 모두 내가 만든 판 위의 감정이었고,

모두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방법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용서하거나, 타인에게 죄송하거나 그런 방법밖에 없지않나 싶다.

결국에 내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건 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인생의 묘한 점은 내 삶이 꺾이고 부러져 곤두박질 쳐 버리는 순간에도

항상 나를 살려주는 사람이 있고,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가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첫번째는 당연히 엄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죽였다고 생각할 만큼, 나 때문에 게임으로 따지면 자신의 경험치 전부를 썼고, 목숨 여러번을 다 나에게 주었다.

처음 은둔을 시작할 때부터 생계를 책임지며 물심양면 내 입에 뭐하나로 더 넣어주려 노력했고,

정신이 아파 몇 번을 요동치는 내 삶을 그저 사랑으로 품었다.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했을 때도 한없이 말라가면서도 나 하나 살리겠다고 동분서주했다.

나는 엄마의 돈과 사랑을 갉아먹고 살아남았고, 엄마는 죽었다.


그래서 사람을 잊는 것이 그 사람을 보내주는 것이라면,

죽어서 내 곁에 없지만 나는 영원히 엄마를 보내주진 못할 것이다.

나를 내 자신보다 사랑했고, 내 인생을 자기가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끝까지 안아주려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 몸처럼 평탄치 못한 내 삶을 같이 살아주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내 종교와도 같다.


두번째는 동생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언제나 언니같은 나의 동생은 요동치고 호전없는 나의 정신을 엄마처럼 품어주려고 노력중이다.

나는 엄마의 역할을 바라면서도 항상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동생마저 갉아먹을 순 없다는 생각에 아주 최근에 들어서야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렇게 내가 정신차리고 다듬어질때까지 참을인 오만번십만번을 쓰며 나를 감당해냈다.

(물론 그 와중에 수많은 싸움과 수많은 시발이 있었지만)

돈 하나 벌지 못하고 삶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살아도 지켜봐준 것이다.


쓰고보니

벌써 내 인생을 이끈 신이 둘이다.


그 외에도 앞서 엄마의 죽음 앞과 뒤에 짠하고 나타난 예전 회사의 사장님.

아버지와 엄마는 아니지만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삼촌들과 이모들.

자신은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내가 버린 예전 남자친구.

엄마가 갖지 못한 경제적 자유를 주겠다고 말해주고 지켜주는 든든한 제부.

이모는 싫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한없는 해맑음과 귀여움으로 나를 녹이는 하나뿐인 나의 조카.


쓰고보니 앨범소개글의 땡스투같아 웃기다.

하지만

모두 내 종교다.


여러가지 이유로 신은 믿지않지만,

어쩌면 그 이유가 이렇게 배부를만큼

곁에 신이 되어준 사람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들은 모두 사람이었고, 사랑이었고 사랑이다.


예전에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혼자서는 살 수 없단 말을 비웃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사랑은 언제나 사람으로부터 왔다.

나 혼자였으면 나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내 삶의 아픔 적재적소에 짠!하고 나타났다.(곧 사라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곁에 남아주며 와르르 무너질 나의 지지대가 되어준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운이 좋았다.


신은 믿지 않지만,

사람은 믿는다.

사랑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는 것도.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루 더

운수 좋은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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