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나

나를 찾아줘

by 도씨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나를 알아가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취향도

남이 좋다는걸 대충 갖다 붙여 흉내만 낼 뿐

정확히 드러나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엄마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하고싶은 걸 다 저지르겠다면서 나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나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호불호를 다투어보기 시작한 것은 삼사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모호했다.

나도 나를 잘 알 수 없었다.

자아는 흔들렸다.

좋아하는 것 , 싫어하는 것도 분명치 않았다.

좋아하는 이상형같은 것도 잘 모르겠었고,

다만 좋아하는 노래나 글 정도는 약간 희미하게 가려낼 줄 알았던 것 같다.


취향을 물으면 당황해서 그냥 들었던 것 중에 아무거나 갖다 붙이며

횡설수설 했고,

이상형을 물으면 건성으로 재밌게 봤던 드라마 주인공이나 읊어댔다.


분명히 좋고 싫음이 있었을텐데..

회상해보자면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고 싫어했던 것들이 진짜였나 싶기도 하다.


마음으론 끌렸지만, 머리론 인지가 되지 않았던 느낌.

선명하게 드러나고 깨닫지 못하고, 시력없이 세상을 흐리게 대충 쳐다보고 산 것 같다.


당연히 야무지게 살지는 못했다.

스스로를 정확히 모르는데 기준도 목표도 삶의 의지도 분명할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음과 동시에 엄마의 투병생활과 죽음을 건너오면서

나를 조금씩 건져내고 흐릿함을 또렷하게 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하고싶은 걸 단 하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딸 둘에 헌신하다 죽는 삶은 싫었다.

엄마는 자아가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단단함을 끝내 자기 삶에 쓰지 못했다.

헌신하다가, 고생하다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러니 반대로 나는 뒤집어지게 하고 싶은 걸 다 하자.

라고 하며 시작된 것들은 엄마의 남긴 유산을 모조리 쓸 정도로 방황하게 만들었다.


옷을 수도 없이 샀다.

코 피어싱부터 미니 타투를 저지르고 , 금발 머리부터 숏컷까지 안해본 머리가 없었다.

제과제빵부터 미용기술까지 시작해서 손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해보고 싶던 운동을 다 조금씩은 맛 봤다.

혼자 여행을 가고, 혼자 밥도 지어 먹었다.

퇴사를 하고, 자고 싶은 만큼 늘어지게 자고 , 놀 수 있을만큼 집순이로 놀았다.


그러고 나니 알 것 같았다.


나는 단 것을 사랑한다.

시끄러운 노래도, 발라드도 가리지 않는다. 음악 앞에서는 잡식이다.

손재주는 없지만 글은 조금 쓸 줄 안다.

낮잠과 밤잠을 사랑하고 게으르고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어서 부지런 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그렇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고싶은 걸 다 저질러 보고 나서야 , 내가 보였다.

마치 흐린 눈에 처음 돋보기를 쓰는 것처럼..


하지만 세상은 갑자기 전부 다 선명해지지 않았다.
나의 자아는 여전히 모호하고, 흔들린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안개처럼 흐리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흐림 속에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찾으려 발버둥 치는 사람이란 것을.


이젠 조금씩 나를 깨달았다.

엄마가 남기고 간 빈자리에서 나를 조금씩 건져 올릴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저지른다.

그를 통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인지 배우고 ,

또 때론 실수할 것이다.


그렇게 나로서 나를 살 것이다.

엄마보다 더 오래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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