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같은 삶을 꿈꾸며
삶을 이야기 할 때 이른바 사건사고가 많으면
팔자가 사납다
다사다난하다
파란만장하다
풍파를 많이 겪다
기구하다
굴곡지다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면서부터 삶을 많이 돌아보게되었다.
뒤를 돌아보면 망부석이 되는 것처럼
나는 삶을 돌아보면서 돌덩이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 몸이 마비되어 그 때와 저 때와 그런 날들을 되짚게 되어
마음도 몸도 무거웠다.
내 그 동안의 인생을 굳이 표현하자면 , 엄마를 잃은 것을 포함하여 대체로
다사다난하고 파란만장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꿨기 때문이다.
현실이 평범했다면 그런 꿈은 꾸지 않았을 것이다.
도씨로부터의 필명 도씨, 시리즈만 슬쩍 스스로 다시 꺼내어 읽어봐도
비교적 녹록치 않게 흘러오며 살았다.
엄마에 관한 글을 에세이로는 쓰지만, 내 일생의 목표로
장편 소설 형태로 다듬어 완전하게 뱉어내지 못하는 것은
능력부족이자 그 모든 것들을 다 되돌아보면 곱씹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인 것도 있다.
내 삶을 내가 돌아보는데도 평탄치 않아 몇 번씩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면서 그 장면들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면,
한약을 지어먹어야 되지 않겠나 싶다.
그만큼 꺼내어내려면 기운을 써야 했다.
그 뒤로 내 삶도 엄마의 삶도 쉽게 자세히는 쓰지를 못하고 있다.
이렇게 쓰니 어마어마한 비밀을 가진 스펙타클 스토리가 있는 것 같지만
또 글로 쓰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사연일 것이다.
그냥 겪는 동안은 늘 특별히 아팠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살아와서 평범함이 너무 소중하고 갖고 싶은
장래희망과도 같단 것이다.
잔잔함을 표현할 때는 꼭 뒤에 호수가 붙곤 한다.
나는 잔잔한 물결의 호수같은 삶을 살고 싶다.
백조같이 발장구 열심히 치며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것 말고
돌이 날아들어 파장이 흐르는 그런 호수의 표면 말고
바다같은 풍랑과 파도 없이
잔잔한 호수같은 삶 말이다.
사건사고도 없이 , 굴곡도 없이, 파란 만장도 없이 ..
하지만 그런 삶은 꼭 특별한 누군가만 쥐고 사는 것 같다.
나는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저 위의 무언가.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고, 평범한 삶이 가장 갖기 힘든 귀중함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원하는 평범함이라는 것은
한국 사회 특유의 입학,졸업,취업,결혼,육아,안정된 노후,건강한 노년, 죽음..
이런 정해진 틀을 찍어낸듯한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그저 시간이 흘러가서 흘러가는
사건사고가 없는
비극도 희극도 적은
밍숭맹숭한
그런 무색무취의 나날들을 가진 삶을 원한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잔잔하여 하품이 나온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다 지나가 다시 보통의 날만 살면 될 것 같다.
내 궁극적인 꿈과 희망은 눈을 감았다뜨면
내일 모레 죽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내 결말을 알고, 내 수명을 가늠하여 내일 모레 모두에게 평범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저 나.
물론 그 전의 나는 평범하고 잔잔하게 살았어야 한다.
모든 기억은 유지된 채, 죽음이 내일 모레여서
오늘은 정리의 하루를 살고
그리고 안녕의 내일만 딱 살고 숨을 거둔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이런 비범한 죽음만을 바래서 평범치 못하게 살아가게 되는걸까?
이 글을 쓸 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지만
결론은 하나다.
호수같은 삶을 갖고 싶다.
그것은 나의 영원한 장래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