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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_엄마와 이별한 뒤

2011년

by 테토솜
2010년 3월 엄마와 마지막으로 봤던 경주 벚꽃

4일간의 장례식 일정이 어떤 정신으로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대학 동기 언니들이 장례식 때 찾아와서 같이 울어주고 위로해 주고 잘 챙겨줬다. 어려웠던 동기들과의 사이도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입관예배 당시 나랑 동생 둘 다 엉엉 울다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정신을 깨어보니 동생 친구들과 사촌 오빠가 있었다. 동생은 실신 이후의 기억이 사라졌고 응급실 베드에 앉아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왜 상복을 입고 있는지 병원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나를 재촉했다. 아빠는 상주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통화를 했는데 달래서 장례식장으로 데리고 오라는 말 뿐이었다. 여차저차 달래서 장례식으로 갔고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도 동생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장례식 이후에도 집에서든 밖에서든 갑자기 조용하면 어딘가에 온몸을 떨며 쓰러져있었고 응급실을 오며 가며 내가 챙겼다. 그래서 난 늘 긴장상태였다. 동생은 당시 고3이라 장례식 직후 대학교 입시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실기고사장에 엄마가 사준 곰인형을 들고 들어갔다. 본인이 왜 들고 갔는지도 기억을 못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발인을 마치고 운구차에서 외숙모 품에 안겨 잠들었는데 "얘도 얼마나 힘들겠냐.. 그래도 1살 많은 언니라고 첫째라고 티도 못 내고"라는 말을 잠결에 들었다. 그때까지도 난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학교를 다녔다.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 투병 때처럼 나는 집안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고 동생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나는 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유독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던 나는 밤마다 너무 힘들었다. 아빠도 일 때문에 바빴고, 당시 3층짜리 주택집에 나는 늘 혼자였다. 무서워서 온 집안에 불을 켜고 겨우 잠들었다. 우리 집을 아는 지인분들은 왜 저렇게 집에 불이 다 켜져 있는지 의아해서 내게 물어보곤 했는데 그냥 웃으며 넘기곤 했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고 공부가 재밌었던 나는 이것저것 공부하기 시작했다. 방학 때 서울에서 무용반주 실습이 있어서 한 달짜리 단기원룸 하나 얻어서 여동생과 서울-울산을 왔다 갔다 했다. 그 당시 여동생을 통해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난 6개월 뒤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시기 아빠도 재혼을 하셨다. 이 모든 건 장례식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의 일어난 일이었다. 슬픔을 달랠 시간조차 없었다. 어쩌면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아 회피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2011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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