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는 의료기관에서
들어본 적만 있었지, 이렇게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 있을까. 연예인이 상습적으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주사를 투약받은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의료인이다 아니다 말이 많았던 인물, ‘주사이모’ A 씨의 출장 주사제 투약 행위가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그를 의료법, 약사법 등 여러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보이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직약사의 시선에서는 약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사안이 눈에 들어온다. 간혹 약사법 위반이라고 하면 “저는 약사가 아닌데 왜 약사법 위반이에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약사법은 약사(藥事), 의약품 및 의약외품의 제조, 조제, 감정, 보관, 수입, 판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법률이다. 보통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藥師)와 한자가 다르다.
문제가 된 주사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한다. 전문의약품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약품을 뜻하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의 조제 하에 사용하여야 한다. 여기서 ‘조제’란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분량을 나눠 특정 용법에 따라 질병 치료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처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사제를 조제하여 사용한 A 씨가 의사도 약사도 아니라면 약사법 제23조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
의약품은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편의점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가 있지만 그들은 안전상비용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 해당하는 의약품만 판매할 수 있다. 연예인에게 투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약품을 취득한 A 씨는 약사법 제44조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 간혹 대가를 받지 않으면 판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는데 약사법에서는 무상 수여 또한 판매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약사법 제23조제1항과 제44조제1항을 위반한 경우, 검찰 기소 후 법원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만약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조제 및 판매했을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조제, 투약 등의 행위를 했을 경우 마약류관리법 제4조제1항제1호 위반으로, 어떤 의약품인지에 따라 처벌 형량이 달라진다. 수면마취제에 해당하는 미다졸람, 프로포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유명인들이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 아마도 과도한 스케줄로 시간이 나지 않거나 자신의 상태를 숨긴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리인이 수면제를 처방받아 전달하거나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비의료인에게 주사를 맞는 행위는 불법이다. 소소한 편익을 추구하다가 그간 이뤄놓은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주사제는 일반적으로 수액에 섞어서 혈관으로 바로 투약되는데 그 과정은 반드시 각종 오염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쇼크와 같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진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의료기관 외에서의 비의료인 시술은 위험하다. 법령 위반 여부를 떠나서, 가장 소중한 본인을 위해서라도 주사는 반드시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 하에 의료인에게 투약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