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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인사는 만사입니다

'착각편' - 알만큼 안다고 자만하는 자들이 일으키는 비정상의 정상화

by 현실직장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예부터 내려오는 말이고, 현재까지도 유지되는 것을 보면 가히 절대적인 명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말은 회사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요소요소에 모두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그마한 가게 나 큰 회사, 그리고 우리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에도 - 비영리적인 소규모 모임까지도– 모두 적용되고 말입니다. 모든 시공간에 적용되는 이 말을, 회사로 한정하여 생각해 보면 인사는 훌륭한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맡은 바 일을 잘해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런 인재를 잘 유지하고 추가적인 역량을 배양하도록 해서 더 좋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도록 하는 것을 선순환적으로 이루어 내야 할 것입니다.


인사에 관련한 순차적인 배열에서, 우수한 인재를 잘 유지하고 더 발전하도록 하는 부 분에 대해 강조하면, 회사의 정규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평가와 보상, 그리고 승진일 것입니다.


사람이 하지만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직장인은 직장인이 되면서부터 1년여의 생활을 거치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평가기간 동안에 본인이 보여준 것 - 성과 등 - 들에 대해 다른 사람 - 주로 상사들 - 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됩니다. 평가라는 것이 애초에 좋은 부분을 가지거나 보여준 직원들과 그렇지 못한 직원들을 선별해서 차별적인 보상과 처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잘 한 직원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못한 직원은 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동기부여를 위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본래의 좋은 취지로 제도를 도입, 수립했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로 운영된다면 회사나 조직에는 큰 재앙으로 돌아올 양날의 검이 됩니다. 차라리 그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플랫하게 모든 직원을 대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그 수준이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가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제대로 된 평가 - 객관적이고 투명, 공정한 평가 - 의 기본 전제는 제대로 된 평가자와 피평가자일 것입니다. 최초에 양자 간에 합의된 기준에 맞게 평가할 수 있는, 자신의 개인감정을 전혀 개입시키지 않고 평가기준대로만 평가하는 평가자와 평가결과에 대해 자신을 돌아보며 받아들이고 본인의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려는 피평가자 말입니다. 실제로는 개인의 감정을 상당 부분 개입시키는 평가자들이 다수이며, 본인의 평가결과에 대해 본인을 되돌아보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단기간에는 자기합리화로 자신을 위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잘못된 체계와 평가자만을 탓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평가자는 결과론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기준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피평가자의 평가항목에 조직 몰입도, 기여도 등 누가 봐도 정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버젓이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도 많은 비중으로 말입니다.


잘못된 평가의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회사와 조직은 기계가 아닌, 바로 우리들, 사람들이 어우러져 부대끼며 사는 곳입니다. 즉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내어 계속 발전하고 나아가기 위해 우수한 일처리 능력과 팀워크 등의 밑거름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감정 관리가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에 대한 평가, 그에 따른 보상, 승진 그리고 직원의 경력개발의 일환인 Leader 선정 등의 과정은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매우 크게 미칠 것입니다.


잘못된 평가결과는 잘 받은 사람보다는 못받은 사람에게 더 큰 마이너스적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며, 그 정도는 약하겠지만 잘 받은 사람에게 이 정도만 하면 또는 상사에게만 잘하면 되는구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그 누구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잘못된 평가결과에 따른 보상과 승진은 평가결과에 불만족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의 연속선 상에 위치하게 되며, 다소 불만이 있었던 평가결과에 연이어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보상을 받으면 그 불만은 단순한 2배가 아닌 수십, 수백배 이상의 불만족으로 쌓일 것입니다.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만약 승진 대상자였는데 누락이 된다면 이 또한 수백, 수천배의 불만이 쌓이게 될 것이고, 잘못된 평가로부터 시작된 승진, Leader 선정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대다수의 직원들에게는 본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일과 회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급속히 사그라들게 할 것이고, 잘못된 과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방식의 직장생활이 올바른 것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하여 계속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게 할 것입니다. 더욱 좋지 않은 대상은, 그 해에 평가를 잘 받거나 못받은 사람보다 그 중간으로 보통정도의 평가를 받은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평가대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런 층의 직원들은 잘 관리하고 유도하면 상위 역량과 성과의 직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열 중의 여덟, 아홉은 잘, 열심히 해보아야 소용이 없음을 진심으로 느끼고 바람직한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전향하여 나갈 것입니다.


잘못된 평가 하나로 대부분의 직원은 제대로된 평가체계와 기준에 맞도록 본인의 업무를 열과 성을 다해 수행하지 않고,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방식 - 대체로는 상사와의 좋은 관계 형성 등 - 에 본인의 열과 성을 다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다수인 회사는 긴 세월동인 좋은 성과를 내며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Leader를 잘못 선정하면 그 악순환도 계속될 것인데, 잘못된 기준과 인선작업으로 비정상적으로 선택된 Leader는 이전의 방식대로인 상향위주로만 직장생활의 방향과 의사결정을 할 것이고, Leader의 본본으로서의 동료, 후배들을 잘 꾸리고 배합하여 한 몸, 한 뜻으로 움직이는데에는 소홀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후임 Leader는 뽑거나 선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또다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선택될 것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 역시 그런 과정을 지켜본 많은 직원들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제대로된 평가라면 제대로된 보상도 뒤따라야 합니다.


제대로된 평가를 통해 상위와 하위의 역량, 성과보유자를 구분하고 각 층에 부합하는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면 그에 맞는 차별적인 보상도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제대로된 평가가 선행되었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적어도 회사라는 곳에서의 평가에 따른 보상은 차별성이 분명해야 본래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평가가 제대로 되었다해도 그에 따른 결과가 무의미하다면 누가 치열하게 평가를 잘 받기 위해 1년 내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일을 열심히 - 본인과 가족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 하겠습니까? 마치 자선행사처럼 나눠주기 식이 되어서도 안되고, 중복 수상을 배제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왜 뛰어난 신입사원은 신인상만 받고 그 해의 대상은 받을 수 없나요? 그런 상황이 생길 확률은 적고, 운 좋게 성과가 나왔을지 몰라도 말 그대로 그 해의 성과만을 가지고 평가해서 보상하는 것이라면 이런 상황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보여주기식으로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들면 안될 것입니다.


인사는 만사이며,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좋은 인재들을 계속해서 보유하는 것이고, 다소 능력이 낮더라도 회사와 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직원들을 계속해서 보유할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좋은 인재와 어디에 가서라도 좋은 말을 하는 직원들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더 좋은 인재들을 유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회사의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못 운영되면 회사에 재앙이 되는 것처럼, 처음부터 잘못된 평가와 보상체계는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고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잘 파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일 것입니다.


여러분 회사의 인사체계를 다시금 점검해 보십시오. 잘못되고 있구나하는 것이 있다면 그 개수나, 규모에 상관없이 즉시 고쳐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하나하나씩 고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잘못된 인사정책은 혁신이 아니라 혁명 수준으로까지 확대해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회사의 기본 축이고, 향후 재앙의 불씨를 미리 없애기 위한 최선일 것이며, 이런 과감한 대혁명 수준의 변화는 기존 직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인재는 자꾸만 밖으로 유출되고, 그렇지 못한 구성원들은 남아 고인물이 되고,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회사는 조금씩 고름이 쌓여 치유하지도 막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을 잘 지키고 유지한다면 회사와 직원 개인은 지금 그곳에서 각 각의 본분을 다하며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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