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원의 의욕을 꺾는 승진제도는 이제 그만

'착각편' - 알만큼 안다고 자만하는 자들이 일으키는 비정상의 정상화

by 현실직장

어떤 이가 직장인의 길에 들어서면서 원하는 꿈은 무엇일까요? 단기간 내에는 본인이 일해서 돈을 벌어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쓰고, 돈도 모아 목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직장 내에서는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인정과 보상으로 때가 되면 승진을 하고 회사의 최고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 아닐까요?


직장생활의 연수가 지날수록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점차 깨달으며 한꺼번에 많은 액수의 보상 인상의 꿈도 사그라들고, CEO까지 가고 싶었던 꿈은 임원, 그리고 팀장 정도까지 내려오는 것이 다수이지만, 적어도 직장생활에 첫발을 디디는 신입사원들에게 그러한 꿈들은 당연한 것일 것입니다. 누가 처음부터 회사에 입사해서 10여년씩 직장을 다닌 선배들처럼 ‘난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며 정년까지 할거야’라는 것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겠습니까? 난 아니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과거 직장생활의 첫 해를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면 아마 그분은 1%에 해당하는 부류일 것입니다.


연봉과 보너스와 같은 금전적 보상 외에 상위로의 진급에 대해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승진말입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주어지는 승진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일정 연수가 되면 승진대상이 되고 큰일이 없다면 -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던지, 대상자는 많은데 TO가 부족한 경우 - 대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호봉제 시절이었는데, 그러던 승진제도 – 크게는 인사제도 - 는 외환위기, 흔히들 말하는 IMF 시절을 거치며 서구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호봉제가 연봉제가 되고 직급체계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승진의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되었습니다.

승진제도가 엄격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선발하여 상위 직급을 부여한다는 의미인데, 그에 부합하는 금전, 비금전적 보상은 어렵게 통과한 승진자의 노력과 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어쩌면 승진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경쟁이 심화된 현재의 승진제도는, 과거 회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성과와 개인 역량에 대한 다년간의 평가결과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 - 마인드셋이나 회사의 문화와 방향과의 부합성, 업무 지식 등 - 에 대한 필기시험과 면접, 프레젠테이션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엄격해진 승진기준에 미치지 못한 보상은 회사에 해가 됩니다.


이런 승진심사 과정을 통과하는 직원수는 과거와 달리 해가 갈수록 소수가 되고, 승진 재수를 하는 직원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동료들에게 이래저래 묻혀 지내거나 상사의 눈치나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일정 연수가 지났다고 상위의 직급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엄격하고 치열하게 통과한 승진자에 대한 보상입니다. 단지 직급만 상위로 올라갈 뿐 업무도, 그에 대한 보상도 과거 대비 나아진 것이 없다면 어느 누가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해서 상위로 올라가려고 하겠습니까? 대부분의 회사는 직급 상 임원과 일반직원 간의 차이만 현격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일반직원들은 그 직급이 무엇이든 개인 생활 – 특히 금전적 보상 – 은 벌이는 별반 차이가 없는, 승진은 그저 직급만 올라간 명예만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차별적인 임원급의 처우를 받기 위한 발돋움을 한 것이고 경쟁자 - 주로 동기들이 되겠죠 - 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승진에 대한 보상이자 대가’라고 말입니다. 이 점을 인정을 하는 경우에도, 매해 바뀌는 승진제도와 직급제도를 보면 회사가 이야기하는 그런 설명, 해명은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어렵게 부장으로 승진했더니 차장과 부장을 통합하고, 심하게는 임원 외의 일반직원들은 직급 구분을 아예 없애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임원이 되기 위해 한 단계 올라간 직원은 무엇이 될까요? 과거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 목표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더 이상 승진에 대한 매력과 그렇게 되기 위한 의욕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잘하는 직 원들의 사기와 의욕이 땅 밑으로 꺼지는 순간일 것입니다.


적당한 시점의 승진은 중요합니다.


이와 반대로 승진 경쟁에서 뒤처진 직원의 경우, 과거에는 한해 늦어지게 되면 한동안은 마음이 상해 술로 하루하루를 달래면서 동료들의 위로를 받으며 본인보다 경쟁자가 잘한 부분을 생각하며 자기위로도 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열심히 생활을 하고, 다음 해가 되면 승진을 기대하고 또 대부분은 승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환경이 아닙니다. 작년에 승진에 누락되었으니 올해는 승진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의 평가를 낮추는 행위 - 밀어주기 – 는 지금의 직장문화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고 절대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되어야 할 때에 경쟁에 밀려 낙오되고 다음 해에는 후배와 또다시 같은 경쟁을 하는 환경에서, 이제는 작년에 누락된 선배와 후배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칫하면 삼수, 사수를 하게 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경험을 겪은 직원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생활할까요? 승진 누락자의 입장에서 본인과 경쟁하여 더 나은 사람이 승진을 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지켜보니 승진해 봐야 나아지는 보상이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본인이 계속 승진에 누락된다면 이 사람들은 승진자보다 더 큰 폭으로 의욕은 떨어지고 더 이상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며, 애초에 품었던 직장생활의 꿈은 빠른 속도로 아래단계로 내려가거나 심하게는 현실에 안주하여 어떻게 하면 지금정도로만 계속 직장을 다닐까만을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흔히들 사회나 학교, 직장에서 아랫사람들을 다독이는 말로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사람의 의욕입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고 해내고자 하는 의욕말입니다. 자동차에 기름이 필요하듯 사람들에게는 수준에 부합하는 대우에 따른 의욕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일부 사람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의 의욕을 꺾거나 아예 없애버린다면 누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누가 개인을 희생할 것이며, 그 회사는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승진은 직장인의 로망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당연히 되어야 한다고 하는 기본적일 것입니다.


보고체계와 조직 구분, 운영체계 등 많은 부분은 군대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진급체계입니다. 이전 계급에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지치고 의욕이 사라질 때쯤을 맞추어 진급을 시키고 월급 등의 처우도 올려주어서 다시금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진급체계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욕 향상, 사기진작의 목적으로 시작한 승진제도가 오히려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불만만 가득해서 오히려 회사에 해를 입히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체계가 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진을 해도 달라질게 없어 별다른 메리트도 못 느끼는 승진, 승진한 후에 제도가 바뀌어서 그 결과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게다가 재수도 아닌, 삼수 사수를 겪게 되면 가정이 있는 직원은 가족들을 볼 낯도 없어지고 더 이상 회사를 위해 본인과 가족을 희생시킬 수는 없게 될 것입니다. 가정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더 활기차고 의욕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을까요?


승진제도를 활용하여 직원의 사기를 높이십시오.


지금보다 한참 덜 엄격한 승진제도를 운영해서 대다수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꺾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적정 수준의 잣대를 통과하면 승진을 시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입니다. 대부분 회사의 직원 구조는 연령, 연차, 직급별 피라미드로 많이 표현되며, 상위로 갈수록 자연적인 퇴사자도 생기고 승진제도를 통해 일부만 상위로 올라가서 점차 적어지는 구조입니다. 하위계층이 많고 상위로 갈수록 적어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인지되며, 지금은 하위는 평평하게 넓고 위는 뾰족한 바늘처럼 되는 그림들이 보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평평하게 넓은 층의 두께는 더 두꺼워지는 상황입니다. 계속 가면 회사는 CEO와 이외 직원으로 구분되는 이 원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 조직은 명확한 상명하복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계층이 있으며 각 계층에서 맡아 수행하는 업무와 책임이 있어야 잘 운영될 것인데 CEO와 이외, 아니면 임원과 이외만 있다면 과연 누가 실무적인 일을 하고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당장의 승진심사 대상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열심히 희생하며 생활해 봐야 돌아오는 것은 단순한 직급 변경의 명예 - 이것도 회사가 말하는 명예일 뿐이죠 – 와, 그래봐야 언제 제도가 바뀌어서 잘 진행되던 내 목표 경로가 뒤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만영하고, 자칫하면 이 회사에서는 진급이 되지 않고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 내가 한만큼의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함 - 평범 이하의 직원이 되어 버리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불편함으로 인해, 어차피 그렇게 될 바에는 내 것만을 챙기며 살자라는 안이한 생각들이 난무하는 회사, 직원들의 의욕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옥석을 가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승진심사를 해야 한다면, 승진자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경쟁 대열에 포함된 직원들도 이번 경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 업무역량을 펼칠 것이고, 혹여 한해 누락된 직원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금 신발끈을 조여매고 더 열심히 뛸 것입니다. 승진심사만 심하게 하고 되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허망함을 느끼거나, 결과가 좋지 않아 자괴감과 실망감만 줘서는 개인이나 회사 모두에게 득될 것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정도껏 엄격한 심사제도를 만들어 운영함으로써 자격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승진의 기쁨을 느끼고 가정의 배려와 인정 속에 직장생활을 계속해서 열심히 하도록 하고, 쉽던 어렵던 일정 기준이나 연차가 되어 올라간 승진자에게는 그전보다는 확연히 구분되는 대우를 함으로써 승진을 위해 노력한 과거에 대한 보람과 앞으로의 더 높은 의욕을 발휘하게끔 해야 할 것입니다. 혹여 직급만 높아가는 직원들 때문에 하위직급인 신입사원을 뽑지 못해 역삼각형이나 항아리형이 될까 두려우시다면, - 사실은 그것보다는 고직급자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주원인이겠지만 – 직급별 승진심사 기준의 엄격함을 달리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차장에서 부장 진급이나, 부장에서 임원 진급은 보다 엄격하게 하고 큰 의미가 없는 사원에서 대리가 되거나 대리에서 과장이 될 때부터 너무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엄격함의 수준이 높을수록 그 기준을 통과한 직원에 대 한 보상도 역시 더 커져야 할 것입니다.

keyword
이전 22화진정 인사는 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