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늦은 깨달음

by CHOI

퇴사 직전의 나는 이미 한계였다.

몸은 말 그대로 버티는 중이었고, 마음은 오래전에 무너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내 퇴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후임이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러다 팀장님 진짜… 위험해요. 빨리 나가셔야 해요.”


그 말은 조언이 아니라 경고였다.

그만큼 나는 이미 지쳐 있었고,

그 지친 모습은 나 스스로보다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후임은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내 업무를 대신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도우며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누군가의 퇴사를 도와준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남아야 하는 사람의 마음으로는 더더욱.


그래서 그 마음이 더 감사했다.


마지막 날, 나는 퇴근 직전까지 PT 자료를 붙잡고 있었다.

그걸 끝내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책임감이었지만, 그 책임감 때문에

나는 가장 먼저 병들어갔다.


그때, 두 명의 직원이 내 자리로 와서 말했다.

“팀장님, 축하드려요.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가 함께 찍었던 마지막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었지만 사실은 울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버텨준 직원이
책과 손 편지를 건넸다.


사장에게 치이고, 업무에 치이고,
주변에 치이며 마음에 상처 입은 팀장님께
이 책을 처방합니다.
힘들었지만, 저는 팀장님이라는 언니를 만나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매일 보긴 어렵겠지만
학문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 편지를 읽는데

내가 눌러 담았던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누군가 내 고통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위로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버티던 그 자리엔, 늘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혼자만 무너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불행은 늘 조용히, 그리고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스며든다.


그래서 우리가 떠난 것도,
우리가 지친 것도,
결국 같은 이유였다.


퇴사 후, 나와 함께하던 직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그때마다 우리는 만나서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하고, 응원했다.


“살아남았네, 우리.”
“이제 진짜 사람답게 살자.”


지옥에서 빠져나온 전우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랄까.
그냥 보기만 해도 울컥한 순간들이었다.



이제야 안다.
내가 약해서 무너진 게 아니었다.
그곳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그러나 가장 단단한 위로로 찾아왔다.


우린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린 충분히 잘 버텼어.”





요즘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나요?

그 자리는 당신을 아프게 하고 있진 않나요?

그리고… 그 자리는 정말 당신을 지켜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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