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
퇴사를 고민하던 그 시절, 주변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그만둬. 너 너무 힘들어 보여.”
남편도, 나를 오래 지켜본 지인도, 하나같이 퇴사를 재촉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한 발도 쉽게 떼지 못했다.
내가 퇴사를 한다는 건 ‘도망치는 사람’, ‘버티지 못한 사람’, ‘실패자’가 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망가져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스스로를 지켜줄 힘조차 없는 상태였는데도, 그저 버티는 게 ‘책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장의 말과 태도는 어느새 내 안에 깊이 박혀 있었다.
“내가 나약한가? 내가 문제인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며, 나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가면, 그 모든 책임이 후배에게 가겠지.’
그 죄책감은 마치 이 회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 나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기둥이 이미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 그 흔들림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반대편에 살고 있는 언니는 전화기 너머로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약해진 게 아니야. 너는 이 상황에서도 너무 잘하고 있는 거야.”
시차를 맞춰 매일 걸려오는 언니의 전화는
내가 스스로를 비난하며 울던 긴 밤들을 조금씩 견디게 해 줬다.
뜻밖에도, 회사 직속 아래 직원도 내 퇴사를 도왔다.
“팀장님, 이 상태로 더 있으면 안 돼요. 저는 괜찮으니까, 제 걱정 말고 나가세요.”
그 말이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착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나를 살리겠다고 등을 밀어준 것이다.
내면은 전쟁이었다.
혼란, 두려움, 죄책감, 분노—
수만 가지 감정이 서로 부딪치며 내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겉으로 보이는 나는 언제나 차분하고 평온했다.
오히려 그 평온함을 유지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 ‘괜찮아 보임’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매일 얼마나 무너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 날이 왔다.
마지막 퇴근 인사를 하던 순간,
기존 퇴사자들과 달리 모두 모여 인사를 건내주었다.
그토록 버겁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포장된 채 흘러갔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구도 모르는 내 내면의 폐허를 감춘 채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다.
내가 온몸으로 붙잡고 버티던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퇴사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는 단순한 이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더는 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다시 나 자신을 껴안기 위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떠나온 뒤에야 알았다.
퇴사는 실패가 아니라 용기라는 것을.
자신을 잃어가던 자리에서 벗어나
다시 나로 돌아오는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끝내는,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되었다.
“… 내가 버티던 그 자리는, 정말 나를 지켜주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삶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당신이 버티는 그곳, 정말 괜찮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