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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10

by 도또리

단 한마디 말도 없이 2시간 30분을 달려 시댁에 도착했다.


아이와 짐들을 집 안에 들이고 남편에게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역시나 화부터 내는 남편에게 휴대폰을 지금 안 주면 바람피운 걸로 알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를 등지고 서서 휴대폰을 잠깐 만지는 듯하더니 당당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전화목록, 메신저를 찾아보았지만 많고 많은 연락처 때문에 별 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문자메시지를 찾아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누른 문자메시지에 그 여자가 있었다.

남편의 휴대폰으로

그 여자가 남편의 여자지인에게 답장한 문자.


ㅇㅇ이 여자친군데 누구세요?


상황을 보아하니

남편의 여자지인이 새벽 두 시에 남편에게 부재중전화를 남겼다.

그래서 부재중 전화 메시지가 들어왔고

그 문자에 그 여자가 답장을 보낸 거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유부남인 거 뻔히 아는 남편의 여자지인이

새벽 2시에 남편에게 부재중전화를 남긴 것도,

부재중 문자에 발끈해서 여자친군데 누구냐고 되묻는 상간녀도.

우스웠다.


분명 웃음은 나는데 손은 또 떨려왔다.

휴대폰을 쥔 손을 떨며 여자친구 생겼나 봐?

했더니 휴대폰을 낚아채가서는 그 문자를 바로 지워버린 남편.

이미 문자를 본 내 눈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는 무슨 문자를 말하는거냐며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나를 바보취급해도 정도가 심했다.


참았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쓰레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할 수 있는 욕은 다 했다.


내 목소리를 들은 시어머니가 놀라 뛰어나오셨다.

무슨 일이냐 물으셔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들 편을 들으셨다.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시댁을 못 갈 땐 혼자서라도 아이를 데리고 시댁을 갔다. 그냥 좋았다.

시골의 풍경도 좋고, 공기도 좋고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밥도 맛있고.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시어머니의 성격은 나와 비슷한 면도 많았고 조용한 성격의 우리 엄마와는 또 다른 형태의 따뜻함과 애정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시어머니는 증거가 있냐고 나에게 되묻고 있었다.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들의 가족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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