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8
의심은 작은 것에서 피어올랐다.
직장에서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날이었다.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친구는 남편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보냈다.
68일 전에 너희 무슨 날이었냐며.
자기가 아는 기념일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둘째라도 가졌느냐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 같이 보낸 사진을 봤더니
남편의 메신저 프로필에 +68과 앙증맞은 이모티콘이 붙어있었다.
나에겐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숫자와 이모티콘이 내 친구에게는 보이는 것.
그 자리에서 몸이 굳은 채로
나도 모르게 손을 덜덜덜 떨었다.
쉽사리 진정이 되질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다짜고짜 물었다.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게 뭐냐고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보여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줬더니
자기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류 아니냐며.
의미 없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끝까지 모르겠다고 오류인지 확인해 보라는 남편의 말에 결국 나는 백기투항했다.
남편은 제주도에 있고 내가 당장 달려가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남편의 말을 믿어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믿어주느냐, 아니면 당장 확인해 볼 수도 없는 의심의 지옥에 나를 떨어뜨리느냐.
나는 믿어주는 걸 택했다.
그렇지만 그날로 인해
남편에 대한 나의 단단했던 믿음이,
무엇으로도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나의 믿음이
금이 갔다.
그리고 정확히 16일 뒤
내 친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