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7
오히려 떨어져 지내니 남편에 대한 미움보다 안쓰러움을 동반한 애정이 샘솟았다.
매일매일 수시로 전화하며 안부를 묻고 혼자 지내면서 우리의 공백을 느끼는 남편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
몇 번을 다시 제주도로 오라는 남편의 말을 매 번 다 거절했다.
혼자 지내는 외로움 속에서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아
1년만 떨어져 지내자고 내가 얘기했다.
1년 뒤에 다시 제주도로 가겠다고.
그땐 어린이집도 미리 구해야겠다고.
남편은 한 달에 두세 번 와서 한번 오면 3~4일은 보내고 갔다.
그런데 3개월쯤부터 점차 오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락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나보고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나 때문에 자꾸 잠을 깊게 못 잔다며.
자기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전화도 하지 말라는.
바보 같았던 나는 미안하다고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매일 남편이 먼저 연락하기만을 기다렸다.
점차 우리에게 오는 횟수가 줄어든 남편은 한 달에 한 번은 왔다.
그런데 많이 변해 있었다.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잠이 들었길래 손이 아플 것 같아 휴대폰을 빼서 옆에 두려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뭐 하냐며 온갖 짜증과 화를 냈다.
내가 남편의 휴대폰 근처에만 가도 경기를 일으키다시피 했다.
그리고 자꾸만 통화를 한다며 집 밖을 나갔다.
아이와 내가 더 안중에 없어진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내가 버티기 힘들다고 남편을 버리듯이 두고 와서 남편이 나한테 더 응어리가 졌나 보다 생각해서
떨어져 지낸 지 6개월 되던 날,
그냥 다 정리하고 제주도로 다시 갈까 하며 많이 힘드냐고 물었더니 제주도로 오지 말라고 했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가 아이가 좀 크고 친정에서 나와 집을 얻으면 자기는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왔다 갔다 하겠다고.
좀 의아했다.
분명 혼자라 힘들어했었는데 갑자기 태도가 바뀐 남편을 보며 그래도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하며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힘들면 말해달라고 그때는 바로 가겠다고.
내가 힘들다고 이렇게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남편의 태도가 바뀐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