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아이의 그림일기

내 아이는 언제 이 그림을 그렸을까?

by 그아이의사춘기

아들이 심사원에 입소한 다음날 방정리를 한다.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의 성향이 방 구석구석에 그 흔적이 있다.

얼마나 정리를 했을까... 책꽂이에 유독 시선이 가는 노트가 하나 보인다.

책.jpg

'노트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


엄마 아빠를 원망하는 글로 가득 적혀있을지,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지,아니면 사춘기 소년의 감수성이 담긴 동화같은 글이 적혀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조심스레 첫 장을 열어본다.

그림1.jpg 아이의 그림1

먹구름 사이로 비가 내리는 어느 낭떠러지 끝에 서있다.

나는 이 그림을 숨도 안쉬고 몇분동안 쳐다보았다.

'아들의 첫번째 그림이 내 아이의 심정이었을까?'

날짜가 없어 언제 그렸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다음 장으로 넘겨본다.

그림2.jpg 아이의 그림2

암흑에 갇혀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앞이 캄캄하고 답답한 자신의 현실이었을까...

내 아이는 언제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한 장을 또 넘긴다.

등뒤로 잔뜩 화가 나서 욕을 하는 아이 2명이 보인다.

저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가 자신이었을까...

그림3.jpg 아이의 그림3

다음장을 또 넘겨본다...

다른 사람의 모습은 밝게 웃는데, 아이는 뭔가 날카로운 톱날에 닿을듯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오른쪽 벽의 두글자는 알아볼 수가 없다.

그림4.jpg 아이의 그림4

눈을 감고 고립된 듯 멍하게 서있는 그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림5.jpg 아이의 그림5

먹구름 사이로 장대비가 내리는 모습, 아이는 우산을 쓰고 위태롭게 서있다..

그림6.jpg 아이의 그림6

한 장씩 넘겨보는 마음이 찢어진다.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몇장의 그림이 더 남았을까?' 다시 넘겨본다...

그림7.jpg 아이의 그림7

이 그림의 의미는 무엇일까?

밖...안... 그리고 계단에 앉아 울고있는 아이, 그리고 두명의 아이..

아들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제 한 장이 남은듯 하다.

마지막 한 장을 다시 넘겨본다.

그림8.jpg 아이의 그림8

빌딩의 옥상 끝자락에 위태롭게 서있는 아이...

내 아이의 그림에는 낭떠러지,먹구름,비,찡그린 얼굴이 주를 이루었다.


아이가 이 그림을 언제 그렸는지 알 수는 없다.

'아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조금 더 섬세하게 다가갔다면 달라졌겠지?'

'아빠의 역할로 나는 무엇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 숙제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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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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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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