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기침 정리

양성종양 1기

by 튜머

요 근래 마신 미세먼지 덕분에 기침이 검은색이다.

분비물이 사방에 튀며 흰 종이를 파고든다.

같은 시간에 나온 분비물이지만 배합 비율이 다르다.

일부는 수분이 가득해 종이를 뚫기 직전이다.

또 다른 알갱이는 점성이 가득해 볼록 튀어나와 있다.

종이가 검게 오염된다.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새소리가 들린다.

도시에서 크게 울리는 새소리는 보통 직박구리이다.

누구든 소리를 들어봤을 듯 하지만 그 근원을 모른다.

새 임을 알지만 대부분 까치와 까마귀 선의 추론에서 그친다.

비둘기는 의심당하지 않는다.

비둘기의 울음소리는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참새도 마찬가지이다.

까마귀와 까치의 울음소리도 대부분 학습하였다.

그렇지만 그 둘은 무고한 용의자이다.

진범은 직박구리이다.

사진을 보여줘도 대부분 처음 보는 것처럼 말한다.

도시의 색깔을 가져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흔한데 말이다.


택시를 잡는다.

오늘은 면접날이다.

5분 후 택시가 도착한다고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1시간이 걸린다.

나는 운이 없는 편이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앉아서 가면 행복을 느낀다.

지하철에는 앉아서 가는 사람과 서서 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앉아서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든지 마찬가지이다.

무수한 의자가 있어서 모두가 앉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모두가 앉아서 가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택시가 도착했다.

택시를 타는 건 행복하지 않다.

모두가 앉아서 가지만 한쪽이 돈을 더 지불한다.

운전은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혼자서 앉아서 가게 될 것이다.

그때는 택시를 타도 행복해질 듯하다.


뒷자리 구석에 앉아 책을 꺼냈다.

면접과 상관없는 책이다.

뒤에서 모과 냄새가 난다.

이 냄새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조수석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한 냄새는 색깔이 느껴진다.

모과는 색깔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견딜 수 있다.

고독사한 노인에게선 주황색 냄새가 난다.

옅은 회색빛 주황색에 빨간 점들이 박혀있다.

살아 있을 적엔 옅은 텁텁한 회색이 느껴진다.

도시에서 가장 흔한 색깔이다.


앉은자리 끝쪽 가죽의 빛이 바래있다.

차량 내부가 건조한 탓이다.

마침 코에서 광택제가 나와 문지른다.

이번엔 그곳만 과하게 반질반질하다.

감기에 걸렸다면 다른 자리를 다 빛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꼭 습도관리를 하라는 조언을 다짐한다.

나는 조수석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이어폰을 꽃지 않아도 된다.

차량이 방지턱을 넘는다. 이 동네에는 방지턱이 너무 많다.

하체의 배터리가 나를 하늘로 들어 올린다.

나는 책을 읽으며 수시로 체공한다.

전기뱀장어가 있는 수조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검은 잉크보다 더 큰 전기 신호를 받는 중이다.

발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손으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다만 촉각 해상도의 차이로 발의 점자는 더 느슨해져야 할 것이다.

이로써 그들의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게 될 것이다.


손과 발로도 책을 읽을 수 없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후각은 어떤가?

후각으로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정말 생경하다.

이것은 감기에 걸리면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후각은 쉽게 피로해진다.

약한 냄새를 맡으면 수십 분도 맡을 수 있지만

강한 냄새를 맡으면 수 분, 수 초안에 마비된다.

그럴 땐 더 강한 냄새를 맡거나, 다른 종류의 강한 냄새를 맡는다.

중간 냄새는 살아남지 못한다.

요즘 추세에 걸맞은 형태이다.

쇼츠의 쇼라는 글자의 모양은 코로 마약을 흡입하는 모습과 닮았다.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있다.

이 글을 아직도 읽고 있다면 활자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나는 면접 중독이다.


미디어북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디어북은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책을 읽어주지만, 목소리가 겹쳐 이내 감상이 찢어지며 일종의 블랙아웃을 경험한다.

'무슨 일 있어요?'

다시 택시 안으로 돌아온다.

나는 택시를 탔을 때와 마찬가지로, 얼빠진 표정으로 앉아있다.

책은 한 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기 때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느새 차가 다리를 지나고 있다.

10분 뒤에는 도착할 것이다.

면접까지는 시간이 남아 더 늦게 도착해도 좋을 듯하다.

기사 아저씨한테 한 바퀴 돌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만한 운이 없다.

내려서 다리를 건너는 선택지도 있었다.

한강 다리가 돌다리였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내렸을 것이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이 없다면 누구나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차량으로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건너지 않을 것이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이 10cm 정도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차량으로는 건너기 힘들 것이다.

돌 틈새를 내려보며 약간의 스릴을 느끼며 건널 것이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이 1m 정도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포기할 것이다.

건축 허가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이다.

앉은 사람들은 공략법을 올릴 것이고, 오래 서있던 사람들은 건널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에만 돌이 있는 경우이다.

한강의 양쪽 끝에 돌 하나씩을 둔 뒤 다리라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서있는 사람들은 포기할 것이다. 그들은 앉기 위해 차를 탈 것이다.

오래 앉은 사람들은 건너기를 시도할 것이다.

대부분은 물에 빠져서 젖은 채로 돌아올 것이다.

누군가는 수영을 해서 다리를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물에 빠지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진다.


'다 도착했습니다'

면접장 앞에 도착했다.

요금은 자동으로 결제되었다.

'그리고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해요'

나는 대답한다.

"차량이 건조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가죽에 콧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윤기는 사라지고, 해수욕 뒤 말린 티셔츠처럼 새하얀 띠를 가졌다.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기사에게 옮은 듯하다.

나는 차량의 적정습도 기준치를 제공하고 차에서 내렸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나는 약국으로 향했다.

흰색 일회용 마스크를 구매했다.

검은색 마스크는 고를 수 없었다.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니 기침이 멎었다.

나는 벗을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면접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회사 1층의 로비에서 잠을 청했다.

그렇지만 다시 기침이 시작되어 잘 수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안내되어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 또한 안내받아 대기실로 향했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고, 면접장으로 들어왔다.

내 의상이 눈에 띄었는지 면접관이 물어보았다.

"땡땡이 셔츠를 입고 온 이유가 있나요?"

"기사한테 옮았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중인가요?"

"환절기라 유행입니다"

"알겠습니다"

이 질문 이외의 다른 질문들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마스크 안쪽에 있었다.

이는 일종의 커닝 페이퍼였다.

질문이 들어오면, 마스크 안을 더듬어 튀어나온 알갱이들과 냄새를 읽어주면 될 뿐이었다.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 대답이 끝날 때마다 그들은 무엇인가 적었다.

확실한 건 셰익스피어의 문학은 아닐 것이다.

무작위적인 말의 나열일 뿐이지만, 나의 향방에 대해 강력한 근거를 가진다.

저것은 철저한 비문학이다.


면접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나는 면접장 밖으로 나왔다.

면접비가 든 봉투를 받아서, 곧바로 안을 살핀다.

나는 운이 좋다.

기침이 잦아들어, 1층 로비의 쓰레기통에 검정 마스크를 버렸다.

집에 갈 때엔 지하철을 타고 갈 것이다.

분명 앉을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


아침에 시작한 기침은 오후가 되어서야 멈췄다.

바나나를 먹은 게 효과가 있었다.

부드러움이 목의 통증을 완화해 준 듯싶다.

이제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종이 몇 장이 더러워졌지만, 이면지이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는 듯했다.

퇴근 시간이 되어, 이 종이들을 챙겨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신발 속에 돌들이 들어와 발바닥이 간지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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