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좋겠다
걱정하던 일들이 생각보다 잘 풀렸다. 아주 오랜만에 발표를 했는데 전보다 떨지 않고 질문까지 잘 받았다. 다음 달이었나, 큰 과제의 발표가 하나 더 있어 혹시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마 괜찮을 것 같다. 교수와의 상담도 분위기 좋게 잘 흘러갔고, 그동안 거의 매일 같이 하던 폭식도 오늘은 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처음으로 연인에게 서운한 점에 대해 말했다. 평소 관계에서 갈등 상황을 미리 회피하는 편이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그것은 그 사람 개인의 영역이니까, 라며 인정하고 그대로 두는 편이라 이러한 대화가 익숙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어쩐지 미안하고 속상해 울었는데 상대가 너무 서럽게 운다며 당황했다. 나는 그냥 불안했던 것 같다. 나를 왜 만나지? 나를 좋아하는 게 맞나? 같은 생각들.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하자 상대는 그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줬다. 알고 나니 이해가 됐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이상적인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앎에도 자꾸만 그런 것을 바랐던 것 같다. 원래 좋으면 그런가. 아직 어렵다.
내일은 미뤄둔 과제를 하고 공부도 하고 러닝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날씨가 좋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