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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씩씩하게, 살고 싶었는데

by 이솔

* 자살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죽음을 오래 생각하다 보면 하나의 완전한 선택지가 된다. 극단적인 선택, 사실은 극단적이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계된 선택. 잘 만들어진 스위치를 주머니 속에 깊숙이 찔러 넣고 다닌다. 언제든 누를 수 있도록.


조금만 엇나가면 죽음을 바라게 된다. 내가 고민한 자살 방법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 인적이 드문 폐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온몸이 뭉개진 상태로 눈만 꿈뻑꿈뻑...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혼자, 씩씩하게, 살고 싶었는데.
자꾸 누군가에게 민폐를 주고, 자꾸 주저앉고, 자꾸 죽고 싶다.


오늘은 유난히 역할 놀이가 힘든 날이었다.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딸, 좋은 연인... 언젠가 다 놓아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견디는 일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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