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자들
오늘도 어김없이 와이프가 저에게 '당근 특명'을 내립니다.
"주소 보냈으니까 거기서 사람 만나서 아기 용품 가져와."
무슨 물건인지 전혀 모르지만 주소를 보며 그곳으로 향합니다.
거기에는 남자 한 명이 쭈뼛거리며 서있습니다.
서로 어색하게 인사합니다.
"혹시 당근?"
무엇을 사는지 모르는 남자와
무엇을 파는지 모르는 남자가 만나서 거래를 합니다.
저는 애써 물건을 보는 척하며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척 질문을 합니다.
그럼 상대방은 당황하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와이프한테 전화를 합니다.
오가는 질문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조건 사 오라는 미션을 받은 남자와 무조건 팔라는 미션을 받은 남자의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영혼 없는 남편들'의 당근거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