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 연재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청담동의 한 펫숍.
통유리 너머 쇼윈도는 흡사 명품 주얼리 매장을 방불케 한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조명 아래, 투명한 유리 케이지가 진열되어 있다. 그 안에는 보석 대신 솜뭉치 같은 생명체들이 꼬물거린다.
"티컵 사이즈, 상위 1% 혈통, 3개월."
케이지에 붙은 라벨에는 강아지의 신상 정보와 함께 가격표가 붙어 있다. 300만 원. 웬만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이 이 조막만 한 생명체의 몸값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른다.
"어머,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
사람들은 유리벽을 톡톡 치며 관심을 끈다. 강아지는 훈련된 듯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그 모습은 완벽하게 상품화된 '귀여움'이다. 구매자는 카드를 긁고, 직원은 강아지를 예쁜 상자에 담아 리본까지 묶어 건넨다. 마치 백화점에서 핸드백을 포장하듯이. 이것이 우리가 소비하는 '반려(伴侶)'의 첫 장면이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을 돌려, 이 '명품 강아지'가 태어난 곳으로 가보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야산 깊은 곳, 악취가 진동하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소위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불법 번식장이다.
그곳에는 쇼윈도의 화려한 조명 대신, 녹슨 철창과 어둠만이 존재한다. 바닥은 흙이 아니다. 배설물이 밑으로 잘 빠지도록 엉성하게 엮은 철조망, 일명 '뜬 장'이다.
그 뜬 장 안에, 방금 팔려나간 티컵 강아지의 어미가 있다.
어미 개의 털은 오물에 젖어 떡져 있고, 발바닥은 철망에 찔려 굳은살이 박이다 못해 짓물러 있다. 눈은 백내장으로 하얗게 멀어 있고, 이빨은 다 빠져 잇몸만 남았다.
그녀의 삶은 단순하다. 기계처럼 임신하고, 출산하고, 새끼를 뺏기는 것의 무한 반복이다. 발정기가 오지 않으면 주사기를 꽂아 강제로 발정을 유도한다. 제왕절개를 너무 많이 해서 배에는 지퍼처럼 흉터가 나 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침묵'이다. 수백 마리의 개가 있는데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짖으면 시끄럽다고 성대 수술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펫숍 쇼윈도 안의 강아지가 300만 원짜리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꼬리를 흔들 때, 그 어미는 뜬 장 안에서 썩은 사료를 씹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우리가 "너무 귀여워"라며 소비하는 그 티컵 강아지는, 사실 어미의 뼈와 살을 갉아먹고 태어난 슬픈 공산품이다.
쇼윈도 안의 행복은 연출된 '가짜'다. 그 뒤에 숨겨진 번식장의 지옥만이 서늘한 '진짜'다.
새끼 강아지를 품에 안고 "평생 사랑해 줄게"라고 말하는 당신. 당신이 지불한 300만 원 중 얼마가 저 어미 개의 치료비로 쓰일까? 단돈 1원도 쓰이지 않는다. 그 돈은 번식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 또 다른 뜬장을 만드는 데 쓰일 뿐이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잔혹한 학대의 공범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려한 쇼윈도 너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만 한다.
유리 케이지 속의 저 맑은 눈망울 뒤에는, 평생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미의 피눈물이 겹쳐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반려(伴侶) : 한자 뜻풀이와 사전적 정의
반(伴): 짝 반 (함께하다, 따르다)
려(侶): 짝 려 (벗, 동무)
사전적으로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어떤 행동이나 생각, 그리고 삶의 여정을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이나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것이 업계 전체의 이야기는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곳이라도 이런 지옥이 실재한다는 사실이...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