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쇼윈도 속 강아지와 번식장의 어미

1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by Napolia
​"본 연재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03. 쇼윈도 속 '300만 원 강아지'와 번식장의 어미


​청담동의 한 펫숍.
통유리 너머 쇼윈도는 흡사 명품 주얼리 매장을 방불케 한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조명 아래, 투명한 유리 케이지가 진열되어 있다. 그 안에는 보석 대신 솜뭉치 같은 생명체들이 꼬물거린다.


​"티컵 사이즈, 상위 1% 혈통, 3개월."


​케이지에 붙은 라벨에는 강아지의 신상 정보와 함께 가격표가 붙어 있다. 300만 원. 웬만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이 이 조막만 한 생명체의 몸값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른다.


​"어머,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


​사람들은 유리벽을 톡톡 치며 관심을 끈다. 강아지는 훈련된 듯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그 모습은 완벽하게 상품화된 '귀여움'이다. 구매자는 카드를 긁고, 직원은 강아지를 예쁜 상자에 담아 리본까지 묶어 건넨다. 마치 백화점에서 핸드백을 포장하듯이. 이것이 우리가 소비하는 '반려(伴侶)'의 첫 장면이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을 돌려, 이 '명품 강아지'가 태어난 곳으로 가보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야산 깊은 곳, 악취가 진동하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소위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불법 번식장이다.


​그곳에는 쇼윈도의 화려한 조명 대신, 녹슨 철창과 어둠만이 존재한다. 바닥은 흙이 아니다. 배설물이 밑으로 잘 빠지도록 엉성하게 엮은 철조망, 일명 '뜬 장'이다.


​그 뜬 장 안에, 방금 팔려나간 티컵 강아지의 어미가 있다.
어미 개의 털은 오물에 젖어 떡져 있고, 발바닥은 철망에 찔려 굳은살이 박이다 못해 짓물러 있다. 눈은 백내장으로 하얗게 멀어 있고, 이빨은 다 빠져 잇몸만 남았다.


​그녀의 삶은 단순하다. 기계처럼 임신하고, 출산하고, 새끼를 뺏기는 것의 무한 반복이다. 발정기가 오지 않으면 주사기를 꽂아 강제로 발정을 유도한다. 제왕절개를 너무 많이 해서 배에는 지퍼처럼 흉터가 나 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침묵'이다. 수백 마리의 개가 있는데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짖으면 시끄럽다고 성대 수술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펫숍 쇼윈도 안의 강아지가 300만 원짜리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꼬리를 흔들 때, 그 어미는 뜬 장 안에서 썩은 사료를 씹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우리가 "너무 귀여워"라며 소비하는 그 티컵 강아지는, 사실 어미의 뼈와 살을 갉아먹고 태어난 슬픈 공산품이다.


​쇼윈도 안의 행복은 연출된 '가짜'다. 그 뒤에 숨겨진 번식장의 지옥만이 서늘한 '진짜'다.
새끼 강아지를 품에 안고 "평생 사랑해 줄게"라고 말하는 당신. 당신이 지불한 300만 원 중 얼마가 저 어미 개의 치료비로 쓰일까? 단돈 1원도 쓰이지 않는다. 그 돈은 번식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 또 다른 뜬장을 만드는 데 쓰일 뿐이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잔혹한 학대의 공범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려한 쇼윈도 너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만 한다.

​유리 케이지 속의 저 맑은 눈망울 뒤에는, 평생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미의 피눈물이 겹쳐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반려(伴侶) : 한자 뜻풀이와 사전적 정의
​반(伴): 짝 반 (함께하다, 따르다)
​려(侶): 짝 려 (벗, 동무)
​사전적으로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어떤 행동이나 생각, 그리고 삶의 여정을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이나 존재를 의미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이것이 업계 전체의 이야기는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곳이라도 이런 지옥이 실재한다는 사실이...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