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유령 의사의 메스, 마취된 환자

1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by Napolia
​"본 연재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05. 유령 의사의 메스, 마취된 환자

​강남의 성형외과 거리. 빌딩마다 거대한 간판들이 경쟁하듯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A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원장의 화려한 약력이 도배되어 있다. 명문대 의대 졸업, 방송 출연 다수, '신의 손'이라 불리는 스타 의사.

​상담실에 들어서면 원장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눈빛으로 환자를 맞이한다.

"여기 조금만 손보면 정말 예뻐질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해 드릴게요."

​그의 따뜻한 손길과 확신에 찬 목소리에 환자는 무장해제된다. "아, 이분이라면 내 콤플렉스를 해결해 주겠구나." 환자는 그 '진짜 같은 믿음'에 자신의 얼굴과 수천만 원을 맡긴다.

​수술 당일.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에게 마취 가스가 주입된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원장은 곁에 서서 "편안하게 주무세요"라고 말한다.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끊겼다. 모니터의 심박수 소리만이 '삐- 삐-' 규칙적으로 울린다.

바로 그 순간, '진짜 수술'이 시작된다.

​집도를 약속했던 스타 원장은 메스 한 번 잡지 않고 수술실을 나가버린다. 그는 옆방 상담실로 가서 또 다른 환자를 낚으러 간다.

대신 수술실로 들어오는 건 마스크를 쓴 낯선 남자다. 그는 누구인가.

갓 면허를 딴 초짜 페이닥터 거나, 심지어 의사 면허조차 없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다.

​이것이 바로 '유령(Ghost) 수술'이다.

환자는 명의(名醫)에게 수술받았다고 믿지만, 정작 그의 뼈를 깎고 살을 꿰맨 건 유령이었다.

​수술실 안은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영업사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계적으로 칼질을 한다. 거기엔 환자에 대한 고민도, 미적 감각도, 의료 윤리도 없다. 오직 '빠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속도전만 있을 뿐이다.

​마취에서 깬 환자는 묻는다. "원장님, 수술 잘 됐나요?"

다시 나타난 원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보송보송한 얼굴로 웃으며 답한다. "네, 아주 완벽합니다."

​환자는 붓기 빠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겨 찾아가면 원장의 태도는 돌변한다. "환자분 체질 문제입니다."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 했다.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

하지만 이곳에서 의술은 그저 '돈을 버는 기술'로 전락했다. 상담은 연기력 좋은 배우(원장)가 하고, 수술은 이름 없는 기술자(유령)가 하는 기막힌 역할극.

​마취된 환자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잠든 사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어떤 더러운 거래가 오갔는지를.

가짜 의사가 진짜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이 서늘한 수술실. 이곳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안타까운 피해자가 없었으면....


​* 유령 수술 피하는 법 (예방 가이드)
​환자 입장에서 100% 걸러내기는 어렵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술실 CCTV 확인: 2023년 9월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상담 시 "수술 장면을 녹화할 수 있는지" 명확히 물어보고, 동의서를 작성하세요.
집도의 실명제 확인: 수술 동의서 작성 시, '집도의가 변경될 경우 수술을 중단하거나 보호자에게 즉시 알린다'는 특약 사항을 요구하거나 확인하세요.
마취 시점 확인: 집도의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본인 확인을 하고, 직접 마취제 주입을 지시하거나 시술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잠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담과 수술의 일치: 상담한 의사가 "수술 중에는 다른 원장님이 도와줄 수 있다"라고 애매하게 말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