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 연재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강남의 성형외과 거리. 빌딩마다 거대한 간판들이 경쟁하듯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A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원장의 화려한 약력이 도배되어 있다. 명문대 의대 졸업, 방송 출연 다수, '신의 손'이라 불리는 스타 의사.
상담실에 들어서면 원장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눈빛으로 환자를 맞이한다.
"여기 조금만 손보면 정말 예뻐질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해 드릴게요."
그의 따뜻한 손길과 확신에 찬 목소리에 환자는 무장해제된다. "아, 이분이라면 내 콤플렉스를 해결해 주겠구나." 환자는 그 '진짜 같은 믿음'에 자신의 얼굴과 수천만 원을 맡긴다.
수술 당일.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에게 마취 가스가 주입된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원장은 곁에 서서 "편안하게 주무세요"라고 말한다.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끊겼다. 모니터의 심박수 소리만이 '삐- 삐-' 규칙적으로 울린다.
바로 그 순간, '진짜 수술'이 시작된다.
집도를 약속했던 스타 원장은 메스 한 번 잡지 않고 수술실을 나가버린다. 그는 옆방 상담실로 가서 또 다른 환자를 낚으러 간다.
대신 수술실로 들어오는 건 마스크를 쓴 낯선 남자다. 그는 누구인가.
갓 면허를 딴 초짜 페이닥터 거나, 심지어 의사 면허조차 없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다.
이것이 바로 '유령(Ghost) 수술'이다.
환자는 명의(名醫)에게 수술받았다고 믿지만, 정작 그의 뼈를 깎고 살을 꿰맨 건 유령이었다.
수술실 안은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영업사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계적으로 칼질을 한다. 거기엔 환자에 대한 고민도, 미적 감각도, 의료 윤리도 없다. 오직 '빠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속도전만 있을 뿐이다.
마취에서 깬 환자는 묻는다. "원장님, 수술 잘 됐나요?"
다시 나타난 원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보송보송한 얼굴로 웃으며 답한다. "네, 아주 완벽합니다."
환자는 붓기 빠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겨 찾아가면 원장의 태도는 돌변한다. "환자분 체질 문제입니다."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 했다.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
하지만 이곳에서 의술은 그저 '돈을 버는 기술'로 전락했다. 상담은 연기력 좋은 배우(원장)가 하고, 수술은 이름 없는 기술자(유령)가 하는 기막힌 역할극.
마취된 환자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잠든 사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어떤 더러운 거래가 오갔는지를.
가짜 의사가 진짜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이 서늘한 수술실. 이곳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안타까운 피해자가 없었으면....
* 유령 수술 피하는 법 (예방 가이드)
환자 입장에서 100% 걸러내기는 어렵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술실 CCTV 확인: 2023년 9월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상담 시 "수술 장면을 녹화할 수 있는지" 명확히 물어보고, 동의서를 작성하세요.
집도의 실명제 확인: 수술 동의서 작성 시, '집도의가 변경될 경우 수술을 중단하거나 보호자에게 즉시 알린다'는 특약 사항을 요구하거나 확인하세요.
마취 시점 확인: 집도의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본인 확인을 하고, 직접 마취제 주입을 지시하거나 시술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잠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담과 수술의 일치: 상담한 의사가 "수술 중에는 다른 원장님이 도와줄 수 있다"라고 애매하게 말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