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황금 들판의 추격전과 고소한 간식

제2부: 가을, 황금빛 포만감

by Napolia

운동회가 끝나고 나니, 장수동의 가을은 성큼 더 깊어져 있었다. 초록색이었던 논은 어느새 누런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벼 이삭들은 알곡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야! 설(서울)뜨기! 잠자리채 챙겨라!"
똥장군이 대문 밖에서 소리쳤다. 녀석의 허리춤에는 빈 페트병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잠자리 잡으러 가게?" "아니, 오늘은 더 맛있는 놈 잡으러 간다."
우리가 향한 곳은 할아버지의 논이었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논두렁 사이를 걸을 때마다, '푸드득' 하고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메뚜기였다. 그것도 손가락만큼 굵고 실한 놈들.
"우와, 진짜 많다!"
내가 감탄하자 똥장군이 시범을 보였다. 녀석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벼 잎에 앉아 있는 녀석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봤냐? 뒤에서 날개를 딱 잡아야 돼."
나도 녀석을 따라 논두렁으로 뛰어들었다. '탁!' 내 손안에서 파닥거리는 묵직한 진동. 다리의 가시가 손바닥을 긁어대서 깜짝 놀랐지만, 놓치지 않고 꽉 쥐었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참메뚜기였다.
"잡았다!"

우리는 잡은 메뚜기를 페트병에 넣거나, 똥장군이 알려준 대로 강아지풀 줄기에 꿰었다. 강아지풀 줄기 하나에 메뚜기들이 줄줄이 비엔나소세지처럼 매달렸다. 처음엔 징그러워서 손끝이 떨렸지만, 잡다 보니 이것도 요령이 생겨 속도가 붙었다.
"야, 저기 왕건이 있다!" "내 거야! 내가 먼저 봤어!"
우리는 황금색 바다를 헤엄치는 사냥꾼이었다. 벼 잎에 스치는 '사각사각' 소리, 메뚜기들이 날아오르는 '투두둑' 소리, 그리고 우리의 웃음소리가 가을 하늘로 퍼져 나갔다. 어느새 강아지풀 줄기는 메뚜기 꼬치로 묵직해졌고, 페트병 안은 까만 눈알들이 가득 찼다.
"이만하면 배 터지게 먹겠다. 가자!"
우리는 개선장군처럼 전리품을 들고 종점 상회로 돌아왔다. 마당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수돗가에서 배추를 씻고 계셨다. "할머니! 저희 메뚜기 잡아왔어요! 튀겨주세요!"
할머니는 우리가 내민 강아지풀 꼬치를 보더니 징그럽다는 듯 인상을 쓰셨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냐, 쌀 털어먹는 놈들이니 아주 씨를 말려왔구나."

할머니는 메뚜기들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무쇠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볶기 시작하셨다. '치이익-' 기름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소금 한 꼬집, 설탕 약간.
"자, 먹어봐라."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메뚜기 볶음이 양은 쟁반에 담겨 나왔다. 갈색으로 변한 녀석들은 바삭해 보였지만, 여전히 튀어나온 눈과 다리는 좀 부담스러웠다.
"야, 이게 진짜 영양 간식이야. 새우 맛 난다니까." 똥장군이 먼저 한 마리를 집어 입에 넣고 '바삭' 소리를 내며 씹었다. 나도 눈 딱 감고 한 마리를 입에 넣었다.
'바사삭.' 입안에서 고소함이 폭발했다. 바삭한 껍질 속에 숨어 있던 짭조름하고 담백한 속살. 똥장군 말대로 정말 건새우 볶음보다 훨씬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났다. 다리의 까실한 느낌은 바삭함에 묻혀 느껴지지도 않았다.

"음! 맛있다!" "그렇지? 내가 뭐랬냐."
우리는 평상에 앉아 서로의 입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주며 메뚜기를 집어 먹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왔고, 마당 한구석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가을의 맛.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풍성한 선물이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