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내린 숙제

by 무지개


뒤척이다 일어난 이른 새벽
온 세상이 고요하다

어둠 속에서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빛을 찾아 돌아본
주위는 암흑이다

새벽 달빛이 스며든
문틀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문틈으로 들어온 찬바람이
신이 내게 내린 숙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이에게는
어둠이 두려움과 무서움을 주지만
마치지 못한 신이 내게 내린 숙제는
나에겐 슬픔을 가져다준다.

가슴 밑바닥
저~구석에 밀어 놓았던
준비 없는 이별을
가만히 꺼내어 보려 하니
아침이 단장하고 문 앞에 서서
가던 길을 함께 가자고 재촉한다.

허겁지겁 갑옷을 꺼내
신발을 신고 갑옷을 걸치며
나의 지정석이 되어줄
삶의 시작점을 찾아
기록할 수 없는
신의 숙제를 안고 일어서 본다.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보고 마침표를 찍지
말자고 다짐도 한다.

아직은...
나에게 남겨진 신의 숙제를 되새김하며
내 자신이 낸 목록은 지워가고 있지만
신이 준 마치지 못한 숙제는 언제나
슬픔을 주고 있다.

어느새 창문에 흰 빛줄기가 들어와
풀지 못한 숙제장을 가슴에 담게 하는
서두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