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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건강하다는 감사함

2025.11.14.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어제저녁 약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지만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머리 아픈 것은 없어졌지만 배가 계속 아파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느라 잠을 설쳤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 병원에 가니 감기로 인해 장염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렇게 잠을 설쳤지만 출근은 해야 하기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씻은 뒤 출근 준비를 했다. 일찍 일어났기에 여유롭게 영양제를 챙기고 외투를 입은 뒤 경제뉴스를 들으며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수능이 끝나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확실히 날씨가 추워졌다.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따뜻한 매장에 도착해 전등을 켜고 오픈 준비를 했다. 장염 증상은 완화되었지만 혹시 모르기에 점심을 안 먹기로 해서 시간이 남아 에어프라이어 판 기름때를 제거했다. 그리고 물류를 정리하고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리뷰에 답변을 드렸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어제의 에세이도 마무리하니 어느새 오픈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커피도 못 마시니 비몽사몽 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산뜻한 CCM으로 금요일 오전을 시작했다. 오전은 생각보다 바쁘지 않았지만 점심을 안 먹어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시작되었다. 오후가 시작되고 여자친구 전화가 와 내 상태를 물어보았다. 감기기운은 괜찮은데 점심을 못 먹어 배고프다고 했더니 좀 있다 죽을 사 온다고 했다. 1시쯤 되니 주문이 몰려 들어왔고 배고픔을 이기며 주문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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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숨을 돌리고 있던 중 여자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삼계죽을 사 왔다. 2개로 포장을 해왔는데 한 개는 점심때 나머지는 저녁에 먹으라고 했다. 여자친구는 회사에 들어간다고 했고, 나는 고맙다고 연신 이야기하고 죽을 먹은 뒤 약도 챙겨 먹었다.


그리고 오늘 3시에 단체주문으로 아메리카노 12잔을 보내야 하기에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음료 5잔 테이크아웃 주문이 들어와 테이크아웃 주문 먼저 제조했다. 리유저블컵으로 제공했는데 한 손님이 컵을 보시더니 부산 사투리로 “컵 쥑이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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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웃음이 날 뻔했지만 속으로만 웃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일부러 신경 쓰려고 리유저블컵을 제공해 드리는데 제대로 알아봐 주셔서 기뻤다. 종종 들어오는 주문들도 보내면서 12잔도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12잔을 무사히 보내고 여자친구에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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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기 전에 당근 소식에 올리기 위해 사진도 착실하게 찍었다. 뒤이어 들어온 주문들을 보내고 한가해진 틈을 이용해 당근 소식에 단체주문을 올렸다. 단체주문 소식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 같아 앞으로 단체주문이 오면 꼭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주문을 보내고 매장 일을 하는 사이 어느새 5시가 되었다. 오늘 저녁은 나는 여자친구가 사 온 삼계죽을, 여자친구는 어제 남은 순대와 머릿고기를 먹기로 했다. 여자친구가 퇴근했다는 연락을 받고 찜기에 순대와 머릿고기를 데우고 햇반은 다른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여자친구가 오고 서로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었다. 여자친구가 연신 내 상태를 걱정했는데 저녁을 먹는 동안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졌다. 저녁을 다 먹고 여자친구는 집에 갔다가 좀 있다 온다고 했고 같이 퇴근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상태가 좋아져 비품을 채우고 저녁 장사 준비를 했다.


여자친구가 집에 간 뒤 주문은 꾸준히 들어왔다. 그러다 8시가 지나자 주문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고 컨디션이 괜찮아 주문들을 빠르게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9시가 넘어가니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쌓인 설거지와 비어 있는 비품만 힐끗힐끗 쳐다보며 주문을 계속 보냈다.


주문을 바쁘게 보내고 있을 때 마침 여자친구가 매장에 와서 앞치마를 입고 포장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설거지와 비품을 채울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주문이 몰려 들어왔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있으니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주문들을 보내니 어느새 마감 시간이 되었고 여자친구와 함께 마감청소를 했다. 포스 매출을 확인하니 저녁 시간에 힘입어 매출이 괜찮았다. 저녁을 혼자 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여자친구와 함께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비축한 체력은 내일부터 주말이니 주말에 쏟을 예정이다. 그리고 감기도 떨쳐냈으니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하기로 생각했다. 매장 전등을 끄고 전기자전거를 끌며 여자친구와 함께 오늘도 퇴근했다. 집에 도착 후 내일부터 주말이니 집에 가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건강할 때는 몰랐지만 막상 아프니 건강함에 감사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사장 노트**

컨디션 케어: 장염 의심 관리

오픈 전: 에어프라이어 판 세척

단체주문: 아메 12잔 준비·발송

브랜딩: 리유저블컵 호감 반응

저녁 매출: 주문 몰림·체력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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