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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챙겨주는 고마움

2025.11.13.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어제저녁 밖에서 찬바람을 맞은 탓인지 자기 전 목이 좀 칼칼했었다. 감기기운인 것 같아 약을 먹고 옷을 겹겹이 입은 뒤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행히 감기기운은 없어진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일어나 씻은 뒤 출근 준비를 했다. 영양제를 챙기고 외투를 입은 뒤 경제뉴스를 들으며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수능날로 항상 수능날에는 날씨가 매우 추운데, 이번 수능날은 이상하게도 어제보다 따뜻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매장에 도착해 전등을 켜고 오픈 준비를 했다. 오픈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에어프라이어가 왔다. 대전 매장 에어프라이어가 고장 나 A/S를 문의하니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군산 매장으로 온 것이었다.


다행인 건 대전 매장에 여분 에어프라이어를 쓰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오늘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부탁을 했고, 고맙게도 보내준다고 했다. 걱정을 한시름 내려놓고 마저 점심을 먹은 뒤 커피 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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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류가 없어서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리뷰 답변을 드렸다. 오늘도 기분 좋은 리뷰를 보니 오전부터 힘이 났다. 타이머가 울리고 깔끔하면서 고소한 커피를 마시니 비몽사몽 한 나를 깨워주었다. 그리고 산뜻한 CCM을 틀며 목요일 오전을 시작했다.


오전은 한가한 편이라 어제의 에세이를 작성해 업로드를 하고 양도양수 계획을 세웠다. 일정과 필요한 서류를 GPT에 물어봐 날짜별로 계획을 세우며 종종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12시 오후 장사 시간이 되었다.

오후에는 주문이 꽤 많이 들어왔다. 평일이라 대부분 주문금액이 낮았지만 그래도 주문이 많이 들어와 바쁘게 움직였다. 주문들을 보내니 어느새 1시가 훌쩍 넘었고 주문이 꾸준히 들어와 틈틈이 비품을 채우고 설거지를 했다.


2시가 넘으니 주문이 좀 뜸해져 바닥을 밀대로 깨끗이 닦고 파우더 스푼도 씻었다. 그리고 영업신고증 승계 서류 준비로 동구청 위생과에 전화해 양수자와 양도자 서류도 체크를 했고, 폐업 예정신고도 세무사에 전화해 미리 체크를 했다.


이제 이번 주 중개사가 임대인과 통화 후 임대차 계약 일정만 세우면 반절 정도 온 셈이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3시가 넘었다. 그런데 오전에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던 감기기운이 다시 생겼는지 머리가 조금씩 아팠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둔 종합감기약을 먹고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 뒤 여자친구가 차를 끌고 매장에 도착했다. 에어프라이어가 좀 무거워서 끌차까지 실어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내가 직접 보내지 못해 여자친구가 무거운 에어프라이어를 보내야 하니 마음 한편이 아팠다.


다행히 여자친구가 에어프라이어를 잘 보낸 뒤 매장에 왔다. 나는 연신 고생했다고 말한 뒤 오늘 저녁을 뭐 먹을지 고민을 했다. 내가 감기기운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하니 뜨끈한 순대국밥과 아플 때 잘 먹어야 하니 머리고기도 포장해 온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아플 때 건강을 위해 노력을 했었는데 이제 내가 아플 때 신경을 써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도 감기기운을 빨리 떨쳐내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물도 많이 마셨다. 6시쯤 되니 여자친구가 퇴근 후 순대국밥을 포장해 매장에 왔다.


뜨끈한 순대국밥을 먹으니 몸이 따뜻해져 땀이 절로 났다. 그리고 머리고기를 깍두기와 먹으니 포만감에 기운이 솟아났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필라테스를 하러 나갔고, 끝난 뒤 다시 온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매장에서 나가고 저녁 장사를 시작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힘이 날 것 같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계속 아파왔다. 매장이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열 때문인지 식은땀이 계속 났다. 다행히 주문이 많이 있지는 않아 버틸 만했으며 여자친구가 9시까지 온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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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아프지만 주문은 종종 들어왔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주문들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다. 9시가 좀 넘어서 여자친구가 도착했고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쌍화탕과 타이레놀을 가져왔고 직접 만든 배숙을 가져왔다.


약과 배숙을 함께 먹고 시간이 지나니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어느새 마감시간이 되었고 함께 마감청소를 마친 뒤 포스 매출을 확인했다. 저녁이 많이 한가하긴 했지만 오후에 바빴기 때문에 준수한 매출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포스까지 마감했다. 그리고 전등을 끄고 전기자전거를 끌고 여자친구와 함께 오늘도 퇴근했다.


집에 도착해 씻은 뒤 타이레놀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대전에서 혼자 있었을 때는 아픈 경우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었다. 하지만 내가 이겨내야 하기에 악착같이 아픔을 이겨냈었다. 이제는 여자친구가 챙겨주기 때문에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 하루 여자친구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내일을 위해 잠에 들었다.




**사장노트**

에어프라이어 교환·발송

양도양수 서류 점검

오픈 루틴: 아메 15분

건강 케어: 약·보온·배숙

마감: 준수한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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