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밀고 당기는 계절의 줄다리기
따가운 햇살 아래서도 바람 끝이 살을 베었다—동장군의 뒤끝이 시작된 아침이었다.
겨우내 입었던 내의가 봄이 왔다고 아우성치길래, 잘 세탁해 옷장에 고이 모셔 두었다. 그런데 겨울은,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바람 끝이 날카롭고 매섭다. 그렇게도 떠나가기 싫었던 걸까. 대책 없이 봄볕 아래 눈을 쏟아붓는가 하면, 약 올리듯 비로 변한다. 뒤끝은 또 얼마나 긴지, 바람으로 세상에 상처를 낸다.
그래도 오늘, 먹구름은 모두 걷히고 새털구름이 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시커먼 구름 속에 담겨 있던 묵은 것들이 대지로 쏟아져 비로 내려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가 세상을 잠식했을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구름이 걷힌 하늘은 유난히 가볍다. 어제는 햇살과 바람이 다투기라도 한 듯 저마다 잘났다고 뽐내더니, 오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잔잔한 물살에 손끝을 적시듯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맑아진 빛이 창문을 통과해 바닥에 내려앉는 걸 보고 있으면, 겨울 내내 움켜쥐고 있던 마음도 같이 풀리는 것 같다. 어제의 회색이 단숨에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오늘의 하늘에는 분명 ‘다시’가 있다. 나는 그 ‘다시’라는 단어 하나에 기대어, 오늘을 조금 더 가볍게 건너가 보기로 한다.
그 사이, 따가운 햇살과 싸늘한 바람 사이를 오늘도 터널을 만들듯 뚫고 지나간다. 서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밀고 당긴다. 결국 승자는 시간이다.
삶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고 버텨내며,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제 새털구름이 되어 떠 있는 너에게, 나는 조용히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