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어느 날부터 허락이 필요한 일이 된다.
토요일 저녁은 내게 음주가 허락되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누리던 것들이, 어느 날부터 하나씩 허락이 필요한 일이 된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먼저 알아차리는 건 늘 나보다 내 몸이기 때문이다.
세월을 지나오면서 한 가지씩 모든 기능이 예전 같지 않아 졌다. 근래에는 ‘당뇨 전 단계’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야채, 단백질, 탄수화물.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아이들은 곧바로 합창을 시작한다.
“당뇨 전 단계 님, 지금 뭐 하시는 걸까요?”
웃으며 넘기지만, 그 말속에는 이제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들어 있다. 그래서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 되었다.
가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은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허탈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누리던 즐거움이 이제는 계산해야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몸은 말리는데 마음은 자꾸 가고 싶은 시간.
어제저녁, 남편에게 가끔 가는 곱창전골 집에서 술 한잔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남편은 술을 마시면 힘이 든다며 집에서 간단히 한잔하자고 했다. 그 집에 가면 분명 과음을 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으니 집에서 치킨에 가볍게 한잔 하기로 했다. 나는 소주를, 남편은 맥주를 마신다. 술 취향이 달라서 늘 그렇게 마신다.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전선에 나가야 할 남편에게는 약간의 느슨함을, 내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음주의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토요일 저녁이면 내 머릿속이 계산으로 바빠진다.
남편은 늘 말한다.
“머리도 안 좋은데 잔머리 굴리니까 흰머리만 늘어나는 거야.”
웃으며 듣지만,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아하는 것 앞에서도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은 가끔, 스스로에게 작은 허락 하나쯤은 주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토요일 저녁의 한 잔이 아니라,
그 한 잔을 기다리는 마음이 나를 한 주 더 버티게 하기도 하니까.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몸은 말리는데 마음은 자꾸 가고 싶은,
그래도 오늘만큼은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은 작은 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