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빈 곳을 조용히 받쳐주는 하루
아침부터 딸아이 차의 타이어가 터졌다.
다행히도 주행 중이 아니라, 오전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려던 주차장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이 나왔지만, 내 몸속의 바람까지 함께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어 하나가 주저앉았을 뿐인데, 마음도 덩달아 힘을 잃고 주저앉는 것 같았다.
아들은 누나가 걱정된다며 급히 자기 차를 몰고 달려 나갔다.
타이어가 단순히 바람만 빠진 게 아니라, 옆면이 찢어진 상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번 놀랐다. 조금만 다르게 상황이 흘렀어도, 달리는 길 위에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을 테니. 멈춰 선 자리에서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 생각을 하니 뒤늦게 식은땀이 났다.
아들은 누나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이 남아 수리 과정을 지켜보며 필요한 처리까지 다 마치고서야 돌아왔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들어선 아이의 얼굴에는 피곤함도 있었지만, 어쩐지 한층 더 단단해진 기색도 함께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 늘 그렇듯, 아빠는 오늘도 곁에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전화로 상황을 듣고, 톡으로 조언을 보내 주는 것뿐이다. 직접 곁에 서서 해결해 줄 수 없는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자연스럽게 집안의 일을 돌보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심부름 하나, 작은 부탁 하나에 불과했던 일들이 이제는 누군가를 챙기고 상황을 정리하는 책임감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누나에게는 든든한 동생이 되고, 내게는 어느새 기대어 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간다. 엄마인 나는 아직도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존재로만 여기는데, 정작 살아가는 순간순간에는 아이들이 내 마음을 먼저 붙들어 줄 때가 더 많다.
가족은 꼭 거창한 사건 속에서만 서로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보다.
타이어 하나가 터진 아침에도, 급히 달려가 준 발걸음 하나에도, “괜찮아, 내가 할게” 하고 나서는 마음 하나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조용히 제 역할을 해낸다. 누군가의 바람이 빠져 주저앉을 것 같은 순간에, 다른 누군가가 그 곁을 대신 채워 주는 것. 어쩌면 가족이라는 건 그런 식으로 서로의 빈 곳을 조금씩 메워 가며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간다.
기대고, 붙잡아 주고, 때로는 대신 서 주면서 하루를 건너간다.
아침에 빠져나간 바람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가운데 조금 더 단단한 온기가 채워진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