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나서지 못한 날

얼음 위에 잠든 마음

by 멈춤의 일기장

연일 구름이 많아 해가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거운 기분이 쉬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 내 기분을 알아챘는지, “베트남 음식이 먹고 싶다”는 내 말에 딸은 흔쾌히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인다. 가끔 들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바람이 제법 불어와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사람들도 혹시 바람이 스며들까 옷깃을 꼭 여민 채 바삐 걷는다.


연못에는 해가 들지 않아서인지 얼음이 넓게 얼어 있고, 오리 가족은 그 위를 미끄럼을 타듯 걸어 다닌다. 그러다 한 마리가 물과 얼음의 경계에서 미끄러져 물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꽈당 오리’를 본 셈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오리는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두세 번 반복했다. 그래도 그 모습은 참 예뻤다. 부리 끝이 노란 오리도 있고, 다리와 발이 노란색인 오리도 있고, 발이 분홍색인 오리도 있다. 물끄러미 그 발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춥지는 않은지, 발이 시리지는 않은지.
저 오리 가족도 해가 보이지 않아 우울한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인 걸 알면서도 얼음 위에 앉아 있는 오리들이 왠지 안쓰럽게 보인다. 내가 추운 건가 보다.
내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가 보다—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얼음 위에 서서 얼굴을 날개 속에 묻고 잠든 오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내 마음도 저렇게, 얼음 위에서 잠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해가 보고 싶다.
하늘 한가운데 떠서, 나그네의 옷깃까지 풀어헤칠 만큼 뜨거운 해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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