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던 새벽, 우리의 첫 시작
고요한 새벽 3시.
찰떡이를 만나는 날까지는 한달이나 남았기에
아직은 체감되지 않는다.
오늘도 만삭의 임산부답지 않게 좀비 시리즈에 취해
새벽녁까지 뒤적뒤적 거리다가
우리 부부의 마지막일 것 같은 여행을 꿈꾸며
침대에 눕는 순간,
와락- 터지는듯한 따스한 기운.
다리 사이에 전해진 온기로
출산이 처음인 나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이.다.
자기야~ 이게 뭐지?
뭔
가 따듯한게 왈칵 하고 쏟아졌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게 뭐지?
"아닐거야! 아닐거야" 하며 남편에게 말을 건네 보지만,
무심한 남편은
"벌써 나올리가 없지! 그냥 자자!!"
하지만,
여자의 촉은
엄마의 촉은 달랐다.
자연분만은 생각지도 못해 아무런 상식이 없었지만.
이건 출산이다.
난 맘카페에 접속해 양수가 터진 걸 확인했다.
"양수가 터진 것 같아요~.."
"어서 빨리 병원으로 가세요!"
줄줄이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그제야 현실을 체감한 나는
무거운 배를 안고 뒤뚱뒤뚱 분주히 움직였다.
누워서 답답한 듯 날 바라보면 남편도
그제서야 서서히 체감이 되나 보다.
어! 어! 오늘이 아닌데? 아직 이르잖아!
왜 벌써 나오는거지?
남편의 말은 흘려들은 채
난 머리를 감고, 가방도 싸고, 하나씩 캐리어에 담았다.
여행준비 덕분에 캐리어 대부분이 내 짐들로 채워져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머리속이 복잡한 나와는 달리.
여유로운 남편은 내 모습을 보며
"안아픈가보네?"
라며 나직히 말을 한다.
"휴~ 인정머리 없는.."
그래도 이럴 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통증이 곧 시작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기에
병원에 도착해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했다.
집에서 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젠장-"이 절로 나왔으니까..
새벽시간인데도 병원 가는 길은 너무나 길었다.
손잡이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몸도 비틀어보고
"내가 왜 머리까지 감았을까?"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새벽6시!
담당 선생님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담당 선생님이 연락 받고 곧 도착하실거야!”
“수술방 잡고 얼른 찰떡이를 꺼내면 돼”
스스로를 위로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지만.
나의 고통과 달리 간호사는 시크하게 말했다
.
"2cm 열렸네요, 기다리세요."
나에겐 처음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망.했.다.
수술실은 비어있지 않았다.
난 고령의 초산 임산부.
담당 선생님조차 "기적이네요" 라고 말할 정도로 노산인데 말이다.
새벽 7시도 안되었는데
오후 2시 30분에야 수술실이 자리가 난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나는 기다릴 수도, 낳을 수도 없는
그 사이에 있었다.
내가 선택한 건-
아이를 믿고 한 번 낳아보자! 였다.
왠지 아기가 좋은 날을 선택해 잘 나올 것 같은 느낌과 믿음이 있었다.
두팀의 간호사 선생님이 번갈아 들어와 출산을 도왔다.
"산모님~~
호흡을 천천히 길게 하세요.
그렇게 숨쉬면 아기가 힘들어요."
아직은 '엄마'이전에 사람이었던 나는 작게 말했다.
"선생님. 저도 힘들어요 ㅜㅜ"
심지어 아이 머리까지 크다며
회음부에서 오래 끼어 있다며 힘을 더 주라고 했다.
더 지체되면 기계로 아기를 꺼내야 한단다.
기계로 아이를 꺼내고 싶지 않아
혼자있는 분만실에서 온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출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내보낸 남편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순간,
담당 선생님 대신
처음 보는 낯선 산부인과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기계 필요없네!
아기가 다 나왔네..
순간,
세상은 잠시 멈췄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지인들이 말하던 "싹뚝"하느 느낌,
쓱~ 꿰매는 느낌,
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탯줄을 자르러 들어온 남편은
침대에 널브러진 나를 보고 짠해하면서도
"탯줄이 잘 안잘리네." 하는게 전부였따.
드라마와 같은 감성은 없었다.
그게 첫 시작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자연분만,
그리고 육아의 길.
결국,
모든 건 내 선택이 아닌
찰떡이의 선택이었다.
환영해, 찰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