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고 큰 시작
“산모님~ 아기에게 무슨말이라도 해주세요.”
양수를 뒤집어 쓴 찰떡이를 내 품에 안겨주며 간호사가 말했다.
그 순간, 감격보다 먼저 든 생각은
“아, 정말 나왔구나.”
예쁘길 바랐던 나의 마음과 달리
쭈글쭈글한 작은 아기의 모습은 낯설고 어색했다.
내 아기라니까... 내 아기였다.
그리고 기억 나는 건 병실 안, 남편과 나.
남편은 운이 좋아 1인실을 빨리 잡았다며 좋아했지만,
난 임신동안 내내 벼르고 별렀던 커피를 마시며
목에 힘주기 바빴다.
“자기야~ 이 나이에 자연분만 쉽지 않아.”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우쭐대던 내가 웃기다.
하지만,
끝인 줄 알았던 고통은 끝이 아니었다.
소변줄의 고통, 걷기도 힘든 몸,
“산모님~ 소변줄 할께요”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셔야해요~”
하는 간호사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근데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하-
소변줄의 고통이 이렇게나 아픈 거였어?
걷기도 힘들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쩍 벌어진 다리로 저벅 저벅 걷는 내 우스꽝스런 모습이라니.
고통에 몸을 비비 꼬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도
아기를 보러 다녀오는 남편이 부러웠다.
어느 순간, 나도 아기가 궁금해졌다.
“눈.코.입 다 붙어 있지?
손가락은? 발가락은?”
남편을 붙잡고 향한 신생아실.
그곳에서 나는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예쁘다.
저 예쁜 아기가 내 아기라니.
너무 작은 생명체가 두 눈도 뜨지 못한채 누워 있었다.
작은 얼굴에 또렷한 눈. 코. 입.
“천사”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다.
나의 아기 찰떡이는
36주 4일,
2.74kg.
조금 서둘러 세상에 온 이른둥이였다.
출산 전, 하루에 수박 한 통씩 먹던 나를
의사가 말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하리만큼 수박이 땡기던 시기였는데
결국 그 수박 덕분에 인큐베이터를 피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복덩이인가?
미안함보다 감사한 마음이 먼저 밀려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를 보러
신생아실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계약했던 산후조리원에 "자리가 없다"는 연락이왔다.
급히 여러 곳에 연락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죄송해요. 자리가 없네요.”라는 대답이었다.
겨우 연결된 낯선 조리원으로 향하며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서툴고 낯선.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엄마로서의 시작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내 품에 안긴 작고 가벼운 온기가
내 안 깊은 곳에
가볍지만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작은 온기 하나가
내 모든 이유가 되어버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