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 찾아온 마음의 큰 파도
낯선 공간.
아직 서투른 내 손길이 작은 아기를 안고
산후조리원안으로 들어섰다.
코로나 시기여서
남편과는 한 시간 후 작별해야 했다.
남편이 가야한다니 불안해졌지만,
"별일 있겠어?" 싶었다.
방 안에 들어서자
원장님과 소아과선생님의 진료가 시작되었다.
괜시리 걱정되는게 엄마 마음인지라.
아기가 괜찮은지 한 번 더 확인받고 싶었는데
잘됐다는 마음이었다.
원장님이 찰떡이를 조심히 안아 살펴보셨다.
괜스레 조바심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아과선생님의 엉덩이 쪽에 시선이 오래 멈추었다.
기저귀 발진이 있네~
아기가 기저귀 발진?
태어난지 3일째인데..
병원 간호사 선생님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러졌다.
짧은 정적을 깨고
소아과 선생님의 말이 공기를 갈랐다.
“이거 좀 이상한데?”
“딤플 같네. 조산아이니 조금 더 지켜보죠.”
딤플?
딤플이라고?
그게 뭐지?
그 짧은 순간,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쳤다.
밤새 좀비 시리즈를 본 나,
새벽까지 일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
모든 일상에 아이는 없었다.
오로지 나만 있었다.
순간,
내.탓.인.가 싶었다.
제발,
별일 아니라고 말해 주세요.
불안이 고요히
내 마음을 뒤덮었다.
그리고 나는,
어색한 공간에
찰떡이와 둘만 남았다.
낯선 공간.
조용한 방 안.
다른 방의 아기 울음이 벽 너머로 들려왔다.
생기가 전달되는 느낌이라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
젖을 물리고, 젖을 짜 가져다주는
다른 산모들의 분주한 발걸음 사이로
내 방안의 침묵은
날 어둡게 했다.
같은 공간 속에 있었지만,
주어진 시간은 전혀 달랐다.
잠 못잤다며 투덜거리며 문을 여는 소리.
"아유~ 고생했어요." 하는 선생님들 목소리.
그 소리 사이로
계속 난 혼자였다.
나도 아이에게 초유를 조금이라도 먹이고 싶었는데..
나는 선택의 여지 없이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는 산모였다.
요즘은 일부러 분유를 선택한다지만,
내게는 부러움보다
미안함이 남았다.
모성이 내 마음에 채워지고 있는걸까?
아님 선택을 할 수 없음에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
여튼.
내 시간은 어색함과 무료함으로 채워졌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졌다.
처음엔 즐거웠던 산후마사지도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배만 조금 더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하루에도 1kg 가까이 빠지는 몸무게를 보면
임신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아
조금 설레기도 했다.
이제 집으로만 가면 된 것 같았다.
우리 가족 셋의 온기로 채워질,
이제야 완성된 우리 집.
편안했던 그 곳.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벼르고 별러 아이를 보고 싶어 하던 남편이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산후조리원 안으로 들어왔다.
남편이 하룻밤을 묵고 간 날,
내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출산 후에는 잘 먹어야 한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빈 그릇 위로
밥알이 다시 차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퇴실의 날.
집에 가면 끝일 줄 알았지..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의 첫 장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