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하나가 가르쳐준 사랑

<우리 부부의 캐나다 일상> 시리즈 7(7)

by 이민자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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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생선을 참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신선한 생선회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지만, 캐나다에서는 그 맛을 쉽게 누리기 어렵다.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날생선을 즐기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고,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냉동 생선이었다. 자연스럽게 구워 먹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고등어는 우리 식탁의 단골 메뉴다. 오메가3가 풍부하고, 구워 놓으면 집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이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남편은 고등어 자반을 유난히 좋아해서, 구워 올리기만 하면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저녁 준비의 수고가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 된다.


그날도 평소처럼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가 식탁 위에 올랐다. 우리는 늘 그렇듯 따뜻한 밥과 함께 조용히 저녁을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뜻밖의 위기, 고등어 가시


남편이 한입 먹던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가시가… 목에 걸렸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밥을 삼키면 내려갈까 싶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가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침을 삼킬 때마다 목 깊은 안쪽에서 찌르는 고통을 호소했고, 나의 불안도 점점 커졌다.


“괜찮아, 천천히 해보자.”
나는 침착한 척 손을 잡아주었지만, 속은 이미 불안으로 가득했다. 집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우리는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동네 Walk-in Clinic으로 향했다.



병원에서의 기다림과 답답함


대기실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동안, 남편은 말을 아끼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손을 가볍게 잡고 “금방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삭였지만,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을 너무 잘 알기에 마음은 조여왔다. 창밖으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을 보며, 한국의 동네 이비인후과를 떠올렸다. 그곳에서는 이런 상황이 10분 만에 해결되었겠지.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갔지만, 닥터는 말했다.
“긴 핀셋이 없어서 뺄 수 없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


허탈함이 몰려왔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 다른 좀 더 큰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대기줄은 길었다. 또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접수를 마치고 닥터를 만났다. 그 닥터가 한 말은 더 황당했다.
“일주일 후에 문자 갈 테니, 그때 다시 오세요.”


남편은 분노와 고통을 참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속이 타들어가고, 캐나다에서의 무상의료 시스템의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집에서 직접 시도한 가시 제거


집에 돌아오자 남편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내가 빼볼게.”
겁 많던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었다.


남편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뢰가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는 헤드랜턴, 숟가락, 핀셋을 하나씩 준비했다. 남편은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으로 남편의 혓바닥을 누르고, 목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드디어 핀셋 끝에 가시가 걸리는 순간, 남편은 작은 신음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그 한마디에 집안 전체가 안도감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남편은 장난스럽게 나를 **“라이센스 없는 닥터”**라고 불렀고, 우리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위기 속에서 확인한 사랑


이번 사건을 겪으며, 한국과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 차이를 다시금 실감했다. 한국에서는 원하는 병원, 원하는 닥터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무상의료라는 장점 뒤에 긴 대기 시간과 제한된 접근성이 따른다.


그러나 그 답답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작은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마음, 걱정과 불안이 섞인 눈빛,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온도는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했다.


가시 하나가 만들어낸 짧은 위기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도 함께할 삶의 약속이 담겨 있었다.



작은 위기 속에서, 사랑은 깊어진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작은 위기 하나가, 우리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평범한 저녁과 소소한 사건들이 쌓여, 우리 부부의 일상은 더 깊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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