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를 응징하는 웃음 터지는 이야기
고길자 여사는 예순 중반의 약간 뚱뚱한 체형의 여성이었다.
입술은 늘 굳게 다물려 있었고, 눈매는 날카롭고 매서워서,
누구든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동네에서는 “코끼리 아줌마”로 통했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면 진짜 코끼리 울음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뿌우우우우-” 소리를 수 킬로미터 밖에서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고길자 여사에게는 작은 낙이 있었다. 바로 오일장 나들이였다.
5일에 한 번 열리는 그 오일장은 시골 출신인 그녀에게 딱 맞았다.
옛날 정취를 느끼고 값싼 물건도 사며,
술떡 한 봉지 사 먹는 게 그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느 화창한 날, 고길자 여사는 버스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오일장은 말 그대로 5일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이다.
그날을 놓치면 또 5일을 기다려야 한다.
고길자 여사에게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버스에서 평화롭게 앉아 있는데
깡패 같은 놈 하나가 다가왔다.
‘설마… 오지 마라, 오지 마라…’
기도는 늘 이런 순간에 통하지 않는다.
그는 턱 하고 그녀 옆자리에 앉더니 속삭였다.
“아줌마, 내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
고길자 여사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뭔데…”
“칼이야. 아주 날카로운 칼.
머리카락을 올려놓으면 저절로 싹둑 잘려.”
“세상에 그런 칼이 어디 있어.”
“그럼, 시험해 볼까?”
그는 살짝 옷자락을 들쳤다.
순간, 그의 옷 사이로 은빛 물체가 번쩍였다.
심장이 바닥에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만 원만 줘. 배가 고파서 그래.
짐승들도 배부르면 사냥 안 하잖아.
국밥 한 그릇만 먹게 해 달라는 거야.
그러면 조용히 갈 게.
안 그러면…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어.”
고길자 여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결국 그녀는 조용히 지갑을 열어 만 원을 건넸다.
시장에서 술떡 사 먹으려고 챙겨놓은 돈이었다.
“아줌마, 고마워.”
그녀는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깡패는 그대로 다른 사람 옆에 붙어
똑같이 협박을 하고 있었다.
상대는 그녀와 비슷한 또 다른 노인이었다.
그 순간, 고길자 여사의 속에서 뭔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분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있으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녀는 오일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켜고 검색창에 쳤다.
‘호신용 스프레이’
배송 도착: 내일 새벽.
고길자 여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스프레이를 기다렸다.
스프레이가 도착하자, 그녀는 달라졌다.
몸에 맞지 않게 약간 큰 바지, 편한 운동화,
하얀 머리띠까지 단단히 동여맸다.
그리고 깡패를 찾아 나섰다.
그가 나타났던 시간, 그가 나타났던 장소의 모든 버스를 탔다.
하지만 결과는 바닷가에서 모래알 찾기였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포기하려던 바로 그 순간. 그가 나타났다.
그때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 앉았다.
고길자 여사의 손이 가방 속 스프레이를 꽉 움켜쥐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아, 이 아줌마. 왜 이렇게 덜덜 떨어?
안 잡아먹어. 근데 내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
그 순간, 고길자 여사가 소리쳤다.
“뿌우우우우-”
버스 안에 코끼리 울음소리가 울렸다.
“너는 내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그의 눈에 사정없이 뿌렸다.
“아아악!”
그는 비틀거렸고, 고길자 여사는 헐레벌떡 버스에서 내리려 했다.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에이, 이 아줌마! 어딨어! 가만 안 둬!”
그 순간, 고길자 여사의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
그녀는 다시 돌아섰다.
손가락으로 그의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
눈에다 직접 스프레이를 뿌렸다.
“아아아아악!!!”
깡패의 비명이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버스는 급히 멈췄고, 사람들이 술렁였다.
그 틈을 타 고길자 여사는 재빨리 내려 전력 질주로 달아났다.
그날, 고길자 여사의 입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귀에 걸려 있었다.
그날 이후, 동네에서 고길자 여사의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복수하는 코끼리”
그리고 그 깡패는 다시는 버스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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