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한 달 등록하고 본전 뽑으려다 망한 이야기
고길자 여사는 드디어 결심했다.
“살 빼자!”
인터넷을 두드려보니 살 빼기 좋은 운동으로
헬스, 필라테스, 요가가 주르륵 나왔다.
하지만 혼자 하는 건 작심삼일로 끝나기 십상이다.
고 여사도 결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고 여사는 큰맘 먹고 헬스장 정기권을 끊기로 했다.
'정기권을 끊어야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다니지.'
마침, 집 근처에 헬스장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크게 마음먹고 헬스장 문을 열었다.
입구에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헬스 하시게요?”
“일단 좀 둘러볼게요.”
고 여사는 헬스장을 천천히 구경했다.
남자들은 없고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레깅스를 입어서 다리며 엉덩이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머, 망측해라.”
고 여사는 자신의 배를 만져봤다.
레깅스를 입으면 자기 배도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때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트레이너 송필재라고 합니다.”
근육질 몸매에 큰 키, 게다가 목소리도 좋았다.
갑자기 헬스장에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이거 하면 살이 확실히 빠지나요?”
“그럼요. 하지만 규칙적으로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근데 저 레깅스는 꼭 입어야 하나요?”
“뭐, 꼭 입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움직임이 자유롭고 근육을 잡아줘서 운동할 때 편해요.”
'절대 안 돼!'
고 여사는 자신이 레깅스 입은 모습을 상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한 달에 얼마예요?”
“5만 원이에요. 하지만 살 빼시려면 적어도 6개월은 다니셔야 하는데…”
“일단 한 달 다녀보고 결정할게요.”
다음날부터 고 여사는 헬스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헐렁한 반팔, 반바지 운동복을 입었다.
트레이너로부터 각 운동 기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드디어 헬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러닝머신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할 수 없이 고 여사는 금방 지칠 것 같은
뚱뚱한 아줌마 뒤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런데 그 아줌마는 뱃살이 출렁거리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의외로 오래 달렸다.
심통이 난 고 여사는 뒤에서 중얼거렸다.
“우와, 저 뱃살 좀 봐. 혹부리 영감의 혹 같네.”
아줌마가 힐끗 뒤를 돌아봤다.
고 여사는 재빨리 먼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아줌마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몇 칸 옆에서 달리던 사람이 내려왔다.
고 여사는 번개같이 달려갔으나
이미 다른 사람이 올라가고 있었다.
다시 그 뚱뚱한 아줌마 뒤로 돌아왔다.
“엉덩이가 펑퍼짐한 게, 엎어놓고 고스톱 치면 딱 좋겠네.”
그 순간 아줌마가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봐요!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내가 뭘?”
“내 뱃살하고 엉덩이 갖고 조롱했잖아요?”
“내가 언제? 나는 핸드폰 보고 말한 건데.”
고 여사는 핸드폰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뚱뚱한 여자가 걷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줌마는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자리를 떠났다.
가면서 한마디 던졌다.
“지도 뱃살이 만만치 않으면서…”
고 여사는 즉시 러닝머신에 올라가 오래오래 달렸다.
본전 생각에 불타오른 고 여사.
자전거도 해보고, 스텝퍼, 덤벨, 바벨, 스미스 머신 등
그곳에 있는 기구란 기구는 다 섭렵했다.
트레이너가 깜짝 놀라서 달려왔다.
“고 여사님! 그렇게 한 번에 무리하시면 안 돼요. 큰일 나요!”
“알았어요.”
가는 척하다가 트레이너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돌아왔다.
“벌써 가라고? 안 되지.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고 여사는 트레이너의 눈을 피하며 계속 운동했다.
일주일 후
무릎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병원에 갔더니 무릎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치료하는 데만 2~3개월이 걸린단다.
고 여사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 달 치를 냈는데… 아까워서 어쩌나?”
헬스장에 가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냐고 슬쩍 물어봤다.
“아줌마가 트레이너 얘기를 안 듣고 무리하다 그런 거 아니에요?”
환불은 물 건너갔다.
결국 고 여사는 하루 종일 집에 있거나
심심해지면 편의점에 나가 앉아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앉아서 알바생 미영을 보는 게 일과였다.
미영은 당연히 신경질을 냈다.
“사장님, 그만 좀 봐요. 집중이 안 돼서 책을 못 읽겠어요.”
고 여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온종일 텔레비전을 봤다.
아들 내외가 자주 찾아와 반찬을 해줬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녀는 영상에서 본 뚱보 제이슨처럼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치킨, 피자, 족발, 짜장면, 탕수육…
한 달 후, 체중계에 올라갔다.
79kg
헬스장에 등록하기 전이랑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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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자 여사의 배꼽 빠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