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ers in the Dark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진.
거울 앞에서만 보이던 녀석이,
오늘은 거울 밖으로 나와 내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집사에게 가서 쫓아내 달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녀석이 집사에게 다가가
집사의 다리에 비비적거렸다.
마치 평소의 나처럼.
집사는 눈을 크게 떴다.
똑같은 고양이 두 마리.
어느 쪽이 자기 고양이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집사는 한동안 두 마리를 함께 두기로 했다.
황당했다.
나를 못 알아본다고?
집사, 정말 나를 사랑한 게 맞았을까?
그날부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내 밥을 나보다 먼저 먹고, 내 침대에 나보다 먼저 올라간다.
내 자리가 점점 사라져 간다.
녀석은 집사 앞에선 순한 척,
내 앞에선 눈빛이 달랐다.
집사의 손길이 내게 닿을 때마다,
녀석의 꼬리가 천천히 흔들렸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그 녀석은 나를 지우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다가왔다.
표정이 이상했다.
입가엔 미묘한 미소, 눈은 깊은 구멍 같았다.
도망쳤다.
하지만 녀석은 내 뒤를 따라 달렸다.
이리저리 숨었지만,
어디서든 나를 보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 녀석이 있었다.
1층으로 내려갔다 — 거기에도 있었다.
커브를 돌자 또,
앞에서 나를 향해 달려왔다.
숨이 막혔다.
녀석은 분신처럼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수십 마리의 ‘나’가 되어.
그때 깨달았다.
녀석은 거울 밖의 내가 아니었다.
내 안의 무언가였다.
겁이 나서 문 쪽으로 달렸다.
닫힌 문이 보였다.
저 문 밖은 한 번도 나가본 적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는
수십 개의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밖은 낯설고, 너무 조용했다.
집사도, 집도, 나도— 모두 멀어졌다.
눈물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땅에 닿자,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은 점점 커져 나를 삼켰다.
끝없이 떨어졌다.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침대 위였다.
집사는 자고 있었고, 녀석은 없었다.
조심스레 집안을 살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도하며 집사 곁으로 돌아왔다.
“아, 꿈이었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가 났다.
꿈이라지만, 날 배신한 집사가 괘씸했다.
내 속도 모르고 코 골며 자고 있다.
집사 자격, 실격이다.
하지만 아량 넓은 내가 용서해 주기로 했다.
다만—
내 앞발로 머리통 한 대만 때려줘야겠다.
https://youtu.be/C0H_YZTKjcg?si=ChwE7HhfI1qnI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