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arecrow’s Dream
허수아비는 서 있었다.
자신이 왜 서 있는지,
누군가의 손에 세워졌는지도
허수아비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달빛이 찾아왔고,
시간이 지나면 햇빛이 찾아왔다.
그날도 허수아비는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바람이 찾아왔다.
다리 아래로 황금빛 파도가 일었다.
낡은 모자와 해진 셔츠가 바람에 휘날렸다.
움직임이 없는 건 허수아비뿐이었다.
허수아비는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을 상상했다.
황금빛 파도를 달리며 손끝으로 바람을 느꼈다.
삐걱거리는 몸짓이 제법 아름다웠다.
그러나 바람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제자리였다.
밀 이삭은 다시 고요했다.
그는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흙에 박힌 다리, 낡은 나무 팔,
움직이지 않는 몸.
달빛이 찾아왔다.
허수아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눈을 감기만 하면
마음속에서 이미 바람이 되었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되었다.
상상 속에서 그는 세상의 모든 길에서 춤을 추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는 오늘도 행복했다.
바람이 멈춘 자리
허수아비는 여전히 꿈을 꾼다.